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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May 07. 2021

경험이 없어서 쫄리는 사람들에게

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경험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들


뭘 하고 싶은데, 막상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아직 경험이 없어서...”

“준비가 덜 돼서...”

“경험이 없고 잘 모르니까, 뭣부터 해야 할지...”


경험이 없어서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대학 다닐 때, 많은 이들이 제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최소한 2년은 조직에 들어가 박박 기면서 일을 배워야 해. 경험을 먼저 쌓아. 그리고 나와서 뭐든 해.” 열이면 열, 그렇게 말했습니다. 경험도 없고 별다른 대안도 없던터라 그 조언을 따랐습니다. 2년을 채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릅니다. 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으로 5년을 버티고 버텼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봅니다. 그 시절 누군가 다른 이야기를,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경험 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 네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너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라고.


지인 중 하나는 조직 경험이 거의 전무한 채로 20대를 보냈습니다. 정규직으로 취업하려 했지만 계속 실패했습니다. 세상에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빈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다 취업과는 무관했지만 한 비영리 단체에서 디지털 도구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콘텐츠가 유익했다고 피드백 주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커리어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됩니다. ‘아, 직장이 아니라 ‘콘텐츠’로 커리어를 만들 수도 있겠구나.‘ 그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콘텐츠로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제안서를 만들어 대학과 기관 등에 보냈습니다. 하나 둘 연결이 되면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예 스스로를 ‘콘텐츠 코치’로 규정했죠. 그는 수 년 동안 직장이 아니라 콘텐츠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그 이야기를 담아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사람들은 ‘경험이 없으면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경험치가 쌓여야 판단의 근거도 생기고, 일머리도 생깁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자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말이죠. 또 다른 젊은이의 이야깁니다. 


하루는 젊은이가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나요?” 


그럴 수 있답니다. 그런데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어려울 거라고 했습니다. 경험치를 쌓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죠. 헌데 젋은이는 27살이었고, 마흔이 될 때까지 13년이나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당장 해보기로 마음먹습니다. 뭘 할까 하다, 자신이 잘하는 걸로 시작해보기로 합니다. 웹사이트를 열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글쓰기’를 팔았습니다. 웹사이트에 “주 5일 매일 글을 보내줄테니, 한달 구독료로 1만원을 내라”는 공고를 올렸죠. 누가 신청할까 싶었지만, 첫 달에만  수 백명의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이메일로 연재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벌었죠. 덕분에 2,500만원에 달하는 학자금도 갚고, 책도 몇 권 내고 세상에 명성도 쌓았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요. 스스로 ‘연재 노동자’로  칭하는 이슬아 작가 이야깁니다. 



몰라도 괜찮다, 아는 사람을 찾으면 됨


경험이 없으면 잘 모른다는 생각에 주눅들기 쉽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독일의 젊은 예술가 '사이먼 프로인트Simon Freund'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입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를 구현하지 못할 때,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나섭니다. 경험도 부족하고, 전문 지식도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쫄지 않습니다. 책 <노마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특정한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잘 하는게 없어요. 그 말을 뒤집어보면 전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완전히 열려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완전히 열려있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으면 못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더이상 따르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경험은 없지만, 꼭 한번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했습니다. 바로 책을 제작하는 일이었죠. 


하고 싶었지만 과연 가능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될까, 안 될까 주저하는 동안 2년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어려웠고, 잘 알지 못해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독립 출판 마켓'을 가게 되었습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 창작자들이 모여서 직접 책과 굿즈를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책 사이즈도 제각각, 내용이며  출판 방식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대체 이런 것도 책이 될까 싶은 것들도 많았습니다. 대체 이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만든걸까, 궁금증이 일어 창작자 여러 명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대답을 내놓더군요.


 “아, 이거요? 독립출판워크숍 수업을 듣고 한 달 만에 만들었어요. 인디자인만 좀 다룰 수 있으면 금방 해요. 책을 내고 싶었는데 기존 출판 시장은 좀 어렵잖아요. 그래서 직접 만든 거죠.”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2년을 주저하며 흘려보낸 사이에, 누군가는 한 달 만에 책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별로 어렵지 않다고요.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에 큰 자극받고 당장 독립출판 워크숍을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들불처럼 맹렬히 책 편집 작업을 해나갔습니다. 한달짜리 워크숍을 듣는 동안, 원고편집과 표지디자인, 인쇄출판까지 숨가쁘게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될까 싶더니 하다보니 정말 되더군요.


출판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못할 건 아니었습니다. 못하는 게 있으면 전문가를 찾으면 되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인터넷을 뒤져 하나씩 배워가면 됐습니다. 한쪽 팔에 염증이 생길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한 끝에, 6개월만에 책을 완성하고 직접 만든 출판사에서 정식출판했습니다. 마침내 2020년 1월 책을 출판해 교보문고, YES24등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4번째 책 <인생모험>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도전의 적은 '내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


생각만 하던 과정을 직접 해내면서, 크게 절감한 것이 있었습니다. 


'도전을 가로막는 건, 실력이나 용기의 유무가 아니구나,    
도전의 가장 큰 적은 ‘나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그 자체구나.'


사람들은 ‘경험이 없으면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경험치가 쌓여야 판단의 근거도 생기고, 일머리도 생깁니다.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일을 풀어갈 수도 있습니다. 당시 책 제작비로 수백만원이 필요했는데 이를 충당하려고 크라우드 북펀딩을 했습니다. 한 달만에 200만원을 모았고, 그걸로 인쇄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를 할 때 정말 중요한 건 '해당 경험의 유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를 풀어갈 적절한 방식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잘 몰라도 주눅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쫄지 않고 오히려 내가 모른다는 걸 당당하게 받아들이면, 그를 메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려있고 새로운 방식을 찾을 여지도 있었죠.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찾고, 부족한 것은 외부의 인력과 지식을 투입해서 연결시켜 나가면 돼죠. 이를 가리켜 ‘연결창의성’이라고 합니다. 책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의 저자 스티브 존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뇌에 새로운 지식이 투입되면 뇌세포 사이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창조가 일어난다. 좋은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이 아니라 연결, 융합, 재결합을 필요로 한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그 어느때보다 ‘연결’이 쉬워졌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창의성이란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죠. 관건은 경험이 없다고 주눅들지 않는 겁니다. 모르니까 열려있고, 모르니까 새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자격만 부여하면, 세상의 지식과 세상의 경험들이 내게 달려올 겁니다. 그걸 연결하면 됩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르게 보고, 오히려 새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고싶지만 경험이 없다고, 자격이 없다고 쫄지 마세요.

하고싶다면 그 자격을 스스로 부여하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것을 찾아 다른 것들에 연결해보는 겁니다. 

그럼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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