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리 Nov 29. 2021

'독서가 힘이다' 처음 해본 병영독서코칭

[후기] 육군 5군단 15항공대 장병들과 함께 한 병영독서코칭


8월부터 4개월간 진행됐던 병영독서코칭이 11월 26일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병영독서코칭은 국군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입니다. 장병들이 군생활을 하는동안 독서 기회를 제공하여 좀더 알차고 의미있게 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습니다. 궁극적 목적은 코칭기술을 적용해 장병들이 책읽기를 보다 즐겁게, 보다 많이 할 수 있도록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사고를 깊게 하여 주체성을 기르고, 군생활에도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부대가 많다보니 강사도 많은데요 2021년엔 400명이 선발됐습니다. 지인이 한번 해보라고 해서 얼결에 독서코칭 강사에 지원하게 됐는데요. 이력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도 거치며 나름 꽤 까다롭게 선정이 되었습니다. 제가 배정받은 곳은 육군 5군단 15항공단이었습니다. 포천에 있는 부대인데, 원래대로라면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라 내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보안상 줌zoom은 사용할 수 없어서, 구글 미트Meet를 활용해 독서코칭을 진행했습니다.


5군단 15항공대는 찾아보니 '불사조부대'라고도 불리네요. (이미지출처: 다음블로그 '우리나라구석구석')

10명의 장병들이 참여, 2~3주 간격으로 6번의 독서코칭이 이뤄졌습니다. 문학부터 시작해, 역사, 시, 사회과학, 철학, 자기계발까지 6개의 장르에서 엄선된 한권의 책을 읽어갑니다. 책이 선정되는 과정은 미리 전문가들을 통해 추천도서가 정해지면, 그 가운데 병사들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그 책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15항공단과 함께 읽어간 책은 아래와 같습니다.



금요일 오전 9시 30분 부터 2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군부대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이더군요. 특히 참여도를 많이 걱정했는데, 첫 시간부터 깨끗이 불식시켜 줬습니다. 어찌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지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장병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감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었습니다.


"시는 짧은데 많은 생각이 드는게 신기했다. 공감도 많이 됐고,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책을 읽을 때는 뭔가 피곤한데, 그걸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저런게 있었구나 생각이 넓혀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장병 후기 중


장병들의 토론 모습


장병들이 책을 읽어오면, 먼저 책과 저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해당분야의 책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됩니다. 대개 책 1권당 3~4개의 토론주제를 준비합니다. 토론주제는 책의 장르에 따라 다르게 준비하며, 따라서 토론의 방향도 매시간 달라집니다. 소설이나 시는 주로 나의 상황에 적용해서 생각해보는 걸 많이 하고, 철학아니 사회과학은 사회흐름과 연결지어서 생각해보는 활동을 하고, 자기계발은 내 삶에 적용해보는 훈련을 하는 식이죠. 마지막으로는 책에 대한 한줄평과 별점을 매겨보도록 합니다. 내 견해를 드러내는 연습입니다. 병사들이 고민하는 개인적인 주제들을 책을 통해 더 깊이있게 탐구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다음 차시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전체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다보면 크게 2가지 훈련이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과 동시에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훈련도 함께 됩니다.


"독서코칭 하면서 느끼는게, 다른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들을 때 마다 신기하고 놀랍다. 내가 하지 못한 생각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


"대학에서는 모여서 토의할 자리가 있었는데 군대오고 나서 못해봤었다. 그런데 독서코칭을 계기로 다시 할 수 있게 돼서 반갑고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토론을 하니까 사고도 확장되고, 선생님의 해설로 방향을 잡아주는 것도 좋았다."


"토론하면서 나의 생각을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면서, 내 생각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됐다. 다 생각이 다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느끼게 됐고, 다른 관점을 알게 돼서 정말 좋았다."

-장병들 후기 중


비대면으로 진행된 독서코칭 현장모습 (장병들의 이름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6번의 코칭을 진행하는 동안 장병들이 토론에 적극 참여하고 즐겼고, 또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견을 발전시키고 있는 모습을 매 차시마다 보여주었습니다. 갈수록 토론의 수준이 높아졌고, 의견 또한 다양해져서 그를 통해 서로에게 자극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알고, 그를 통해 내 의견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병들의 태도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그 생각들이 건전하고 매우 진취적이서 고무적이었는데요. 아래는 6번의 코칭을 마친 열정적인 장병들이 남겨준 소감입니다. 대체로 책에 관심이 높아졌고, 또 이런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말해줘서 감동이었습니다.


"지난 4개월간 엄청 유익했다. 읽기 힘든 책도 많았지만 같이 하면서 더 좋았다. 평소 읽지 않을 법한 책을 이번 계기로 접하면서 책과 친숙하게 될 기회를 얻어서 좋았다."


"그간 책을 많이 안 읽었는데, 앞으로 2달에 한권은 틈틈이 읽고 싶다. 읽고나서 토론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토론을 하면서 같은 글을 읽어도 다른 느낌과 생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좋았다."


"군생활 하다보면 단편적인 생각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2주에 한번이라도 와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각을 하다보니 훨씬 깊이있게 보게 돼서 훨씬 더 좋았다. 전체적으로 너무 만족한다. 또 하면 좋겠다."


"책을 안 읽는 편인데, 책을 읽고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었다. 이걸 만들어주신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기회되면 또 참여하고 싶다."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여러 애로사항들이 많았을텐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강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팍팍한 군생활중에 독서코칭을 통해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

-장병들 후기 중



장병들이 매우 진지하게 독서에 임하고 또 열심히 맡은바를 다하는 모습이 아주 희망적이었습니다. 매번 열띤 분위기로 진행이 되어 2시간이 부족할 정도였죠. 다들 20대이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하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 고민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보람이 있었습니다. 더 의미있고 즐거운 병영생활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책과 독서노트를 들고 함께 한 장병들의 모습



병영독서코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 책 나누기운동분부가 주관하여 2012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50개 부대에서 시작해 현재는 400개 부대로 확대해 외연적으로도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홈페이지www.campreading.or.kr 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참에 나도 여행작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