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도 반전시킬 방법이 있다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해도 후회는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내가 한 선택에 발등을 찍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질문이 있습니다.
먼저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하나요?
물어보면 반반으로 나뉩니다. 20대 때, 저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가설이 있었어요.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면,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고,
그러면 내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방향이 명확해지고
고로 나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건 참지 않고 다했습니다. 무작정 호주로 떠나, 연고도 없는 곳에서 1년 동안 살아보기도 하고, 지리산에 들어가 한달 동안 단식도 하고, 히말라야도 오르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도 했습니다. 문득 세계가 보고 싶어져서 일년반동안 전 재산 들고 세계여행도 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이메일을 보내 만남을 요청해 이야기를 나눴고, 알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하루에도 서 너권의 책을 독파하며 공부했습니다.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 언론사/ 문화예술/ NGO 등에서 다양한 일도 해보았죠. 덕분에 10개가 넘는 직업과 5번이 넘게 이직을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 대부분 다 가보고, 하고 싶은 것도 대부분 다 해봤습니다. 그렇게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며 마음껏 살았는데, 서른이 넘어 마주한 현실은 기대한 것과 너무도 달랐습니다. 인생은 여전히 불명확했고, 눈 앞에 무지개 세상이 열리긴 커녕 황무지 같은 초라한 실만 남았습니다.
경력이 들쭉날쭉한 탓에 커리어는 변변찮아졌고, 통장잔고가 0원, 내 손에 남은 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경험' 뿐이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주위를 돌아봤습니다. 저와 함께 하던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하고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차곡차곡 삶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동안 저는 시간만 낭비한 것 채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루저에 불과했습니다. 냉혹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 엄청난 우울감에 빠져들었습니다. 여태껏 해온 모든 선택과 결정들에 지독한 회의가 들면서, 엄청나게 후회를 했습니다.
'아, 내가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그때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제멋대로가 아니었다면...'
이번생은 망했다는 생각으로, 일 년이 넘도록 후회를 거듭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과거를 돌아봐도 제가 다른 선택을 할 거 같지가 않은 거에요. 그게 더 우울했습니다. 내 방식이 잘못됐다는 명백한 증거 같아서. 내가 한 선택에 발등이 찍혀버린 거죠. 마치 수천개의 예리한 침이 심장을 콕콕콕 찌르는 것처럼 속이 쓰라리고 아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팟캐스트를 듣는데 저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20대에 이것 저것 시도했지만 이룬 게 없어서 지나온 삶이 너무 후회가 된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조언을 달라고 하자, 상담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노력이 있을 뿐이죠.
내가 했던 선택에 후회가 되나요?
그건 그 선택을 최고로 만드는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한 선택을 최고로 만들 경험, 딱 하나만 해보세요."
그 말을 듣는데,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내가 한 선택을 최고로 만들 경험, 그게 뭘까?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거 말고, 남들 부러워하는 거 말고,
내가 해온 것들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선택이 뭘까???'
밤새 생각했죠. 지금까지 경험을 다시 모아봤습니다. 그간 제가 한 모든 경험을 수첩, 노트북 등에 다 기록을 해두었거든요. 그를 보면서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걸 가지고 난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딱 하나, '경험'을 살려보기로 합니다.
'그래, 내가 한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그날 이후 매일 글을 한편씩 쓰기 시작했고, 두 달이 지나자 책 한 권의 분량이 되더군요. 출판사 수 십군데에 이메일을 넣어 원고를 투고했고, 마침내 한 출판사와 이야기가 잘 되어 출간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출간 후 또 다른 기회가 이어지며 여행, 글쓰기, 자기탐색 등의 분야에서 강의를 시작했고, 작가이자 강사로 또 출판사 대표로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땅을 치며 후회했던 선택들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든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된 겁니다.
만약 내가 한 선택이 후회된다면,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내가 한 선택을 최고로 만들 경험은 무엇일까?'
어차피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를 믿고 최고로 만들어가는 노력입니다. 선택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지만, 어떤 선택에도 반전의 기회가 있다는 걸 알면 이전만큼 두렵지 않을 겁니다. 너무 두려워 마세요. 독일 철학자 '노발리스'의 말처럼 "삶이란 주어진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소설" 이니까요. 그 소설의 결말은 언제나 새로 쓸 수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