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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28. 2022

용기는 근육처럼 길러진다

나는 용기가 없다고 말하기 전 기억할 것

10개 직업, 22가지 아르바이트 
 돈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450km 여행하기
 히말라야 5천 미터 등반,
 혼자 힘으로 외국에서 11개월 살아보기,
 40일 산사체험 & 30일 지리산 단식
 체게바라 여정 따라 6개월 남미 횡단,
 1000일 24개국 여행
 4권의 책 저술....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너 참 용기있다, 넌 타고났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는 누구보다 수줍고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거든요. 낯선 사람에게 부탁하는 일은 너무 힘든 일이었고, 말 하기도 쉽잖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그렇게 혼자서 세계를 돌아다니고 원하는 것들에 겁없이 도전하고 또 해냈을까요? 


바로 16살 때 했던 작은 도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혼자 한 모험, 월악산을 가다

 

 5남매 중 막내로 자란 탓에 고등학교 때까지 혼자서 뭘 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 1 겨울방학 때, 문득 혼자서 겨울산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때까지 혼자서 어딜 가본적이 없어서 겁은 났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떠나질 않았죠. 근처 어디 갈만한 산이 있을까 알아 보다가 월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월악산은 집에서 기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었는데, 갈만해보였습니다. 일단 월악산에 혼자 가겠다는 계획을 가족에게 알렸는데, 다들 마뜩찮아 했습니다. 또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은 험해서 힘들 거라고 겁을 주었죠. 


듣고 보니, 굳이 가야하나? 하는 마음이 들긴 했습니다. 게다가 그 무렵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의 산악영화 <클리프행어>를 TV에서 방영해주었는데, 시작 장면부터 여주인공이 절벽에서 뚝, 떨어져 죽었습니다. 그걸 보니 입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혼자 가면 내가 무사히 살아돌아올 수 있을까? 혼자서 산에 가본 적도 없는데! 1093m의 월악산이, 8848m의 히말라야처럼 다가왔습니다. 


겨울 월악산 풍경 (이미지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사실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었습니다. 안간다 해서 누구 하나 뭐라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가야할 이유도 없었고요. 그저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 밖에는. 그래서 월악산 가는 전날까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는데, 결국 다음날 새벽, 월악산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왜 집을 나섰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기차표를 환불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월악산을 오르다 


집을 나오긴 했는데, 기차타고 가긴 가는데 마음이 아주 심란했습니다.  '과연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가다가 떨어져 죽는 건 아닐까? 가다가 길을 잃고 조난당해서 얼어죽어버리면 어떡하지? '  겨우 16살인데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비장해졌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통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죽잖아. 이왕 죽을 운명이면 집에 가만히 있어도 죽을 거고, 살 운명이면 전쟁터에서도 살겠지. 그렇다면 하고싶은 걸 하고 죽는 게 낫잖아!' 


그렇게 마음을 다잡자, 다시 용기가 솟았죠. 마침내 월악산에 도착해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파르긴 했지만 생각보다 험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겨울산이라 길이 매우 미끄러웠어요.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겨울산에 눈이 있을 거라고. 길이 얼음으로 덮혀 있을 거라고 말이죠. ㅎㅎ 얼음길을 뒤뚱뒤뚱 걷다보니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아직 정상을 가려면 3분의 1은 더 가야했는데 어느덧 늦은 오후 4시였죠. 


겨울엔 해가 빨리 지는데다, 기차 시간도 정해져 있어서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정상을 포기하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정상을 뒤로한채 거의 구르듯 내려오는데, 예상외로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겨울산이 무서운 곳이라고 겁을 줬는데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지지 않고 도전해본 것이,

무엇보다 죽지 않고 살아돌아온 것이 무척 기뻤습니다.

그랬습니다. 애초 정상을 밟는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두려움에 지지않고 해낸 것, 그게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그래 이게 도전의 맛이지! (사진출처: 구글)

모험의 원체험을 만들다


이처럼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어떤 식으로든 구애를 받게 되는 체험을 ‘원체험(原體驗)’이라고 합니다. 원체험은 인간의 뇌리와 마음속에 흉터처럼 남아 다른 체험에 도 영향을 미치며 성격은 물론 장래까지 한 인간의 인생을 좌우합니다. 처음으로 홀로 올랐던 월악산은 제 안의 두려움을 넘은 모험의 원체험으로 깊이 아로새겨졌습니다.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정이다"


아주대 김경일 심리학 교수가 한 말인데요심리학 교재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용기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알 수 있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목숨이 위협받거나,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앞두면 누구라도 공포와 두려움이 일게 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상황에서 얼어붙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내어 나아가기도 합니다. 용기가 결정에서 비롯된다는 건, 나도 죽을 만큼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다'는 의지 혹은 '하고싶다'는 열망이 두려움보다 더 강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용기도 근육처럼 길러진다


흔히 ‘용기’는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용기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근육처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 운동을 생각해보죠. 타고난 장사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바벨 100kg을 들 순 없습니다. 일단 작은 것부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전에는 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게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죠.


도전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제가 월악산을 혼자 오르는 건 아무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16살 때 그 일은 히말라야 등반보다 큰일이었고, 우주정복만큼 대단한 모험이었어요. 작은 도전이 쌓이다 보면 도전 근육이 길러지고, 어느 순간 빅뱅처럼 엄청난 용기 에너지가 폭발하는 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별 것 아니었지만 죽을 각오를 하고 올랐던 월악산의 경험은, 무슨 일이라도 할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만약 월악산의 기억이 없었다면, 그 뒤 무전여행이고, 세계여행이고 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겁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들을 혼자 했어요?" 라고 사람들이 물었던 그 모든 도전은 월악산의 한 걸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처음의 선을 넘어보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그리고 조금씩 그 스케일을 키워가다보면 용기근육에도 힘이 붙게 돼죠. 


용기가 없어 미뤄뒀던 일, 꿈으로만 남겨둔 일이 있다면, 당장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단, 아주 작은 것부터 하는 겁니다. 10키로를 빼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1시간씩 매일 운동하는게 아니라 일단 운동화를 매일 신는것부터,책을 내겠다는 꿈이 있다면 당장 글을 한편씩 쓰는게 아니라, 일단 오늘 한줄만 적어보는는 것부터. 하는 겁니다. 시작은 그렇게 하는 겁니다. 실패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사소하게. 


나는 용기가 없다고 말하기 전 기억하세요. 
용기도 근육처럼 길러진다는 것.
대단하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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