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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Oct 22. 2023

힘들 때 나를 지켜주는 건 다름아닌, 습관

가장 힘든 순간, 나를 지켜주는 건 다름아닌 습관이다. 

습관으로 이뤄진 삶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습관은 애쓰지 않으며 의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행동연구 전문가인 웬디 우드는 사람들의 행동을 촉발하는 게 무엇이고, 행동을 지속하는 힘은 무엇인지 연구하다, 그게  습관으로 이어진다는 걸 발견하고 습관을 연구하게 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삶의 43%가 습관으로 이뤄져 있다.  딱히 의식적 사고가 개입해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보낸다. 일어나서 물 마시기, 양치하기, 씻기, 밥먹기 등 대부분의 시간을 습관적으로 보낸다. 


습관은 한번 구축되면 무너뜨리기가 어려운데, 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는 건 이런 습관들이다. 습관의 이런 특징을 잘 활용한다면, 어떤 상황이라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다. 



습관은 어떻게 우릴 지켜주는가


한 연구에 따르면 프로선수 중 80퍼센트 이상이 중요한 경기에 나서기 전에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고 답했다. 팬케이크 네 개를 먹는다든지, 한 번 이상 숫자 13을 쳐다본다든지 하는 행동이다. 특히 최고의 스포츠선수들은 경기 전후로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어, 중압감과 부담감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유지하려했다.

  

농구의 신으로 불렸던 마이클 조던은 경기때마다 자신의 모교인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청색반바지를 입었다. 그걸 입고 뛰면 슈팅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소 민망한 그 미신을 감추기 위해 그는 본인 치수보다 훨씬 큰 헐렁한 반바지를 입었는데, 이 헐렁한 반바지 패션을 훗날 너나할 것 없이 따라하며 전세계 젊은이들이 농구할 때 입는 패션이 되었다.  


마이클 조던 경기장면

우리나라 국가대표 양궁선수들이 경기 전 자신만의 습관적 행동으로 평정심을 유지한다. 기보배 선수는 "바람은 내편"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한 발 한 발 쏘았고, 2021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안산 선수는 슈팅 전 화살 깃을 한 번 피고 "쫄지 말고 대충 쏴'라는 자기암시를 한 뒤 쏘았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도 시합 전 자기만의 습관을 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습관은 무려10가지가 넘는데, 찬물로 샤워하고 물병을 정렬하고 오른발부터 입장하고 서브라인을 발로 훓고 바지 정리하는 등 자기만의 루틴을 모두 하고 경기에 임했다.  


이처럼 습관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생하는 두려움, 불안, 걱정 등을 컨트롤 하는 힘을 준다.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경기를 치루고, 작품을 만들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분에 지지 않는 나만의 습관 만들기


정말 힘들 때 마음을 지켜주는 것으로 좋은 습관 몇 가지가 있다.

운동, 글쓰기, 심호흡이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산책을 매일 한다. 해뜰무렵에 근처 공원으로 가서 1시간 가량 산책하고 돌아오는데 이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차이가 크다. 아침 산책을 하고 오면 하루가 개운하고 정리된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불가피한 일이 없으면 반드시 하려고 한다.  


글쓰기는 오랜 습관이다. 일기와 북리뷰, 필사는 30년 이상 하고 있다. 따로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핸드폰, 다이어리, 노트북 등에 자유롭게 쓴다. 글쓰기는 힘들 때 특히 그 효과가 100% 발휘된다. 미처 표출하지 못한 감정을 글을 쓰면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스스로 억압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게 내 생각과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덕분에 감정의 찌꺼기가 생기지 않는다.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일등공신인데, 글쓰기로 오랜 우울감에서도 해방됐다. 어느 작가는 글쓰기를 '2천원짜리 치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천원 짜리 노트에다 내가 쓰고 싶은 걸, 쓰고 싶은 방식대로 쓰면서 일종의 심리상담과 정신치료의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나 역시 글쓰기를 개인심리상담가처럼 활용하며,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또 하나 스트레스 관리에서 중요한 방법이 ‘호흡’이다. 심호흡을 하면 뇌로 혈액과 산소가 더 쉽게 공급되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를 얻는다. 들이쉴 때는 코로 깊이 들이쉬고 내 쉴 때는 ‘후’ 하고 입으로 내쉬는데, 이때 숫자를 세면 좀 더 쉽게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소개하는 호흡법은 4-2-4-2 호흡법이다.  들이쉴 때 숫자를 넷까지 세고, 2초간 숨을 참은 뒤, 내 쉴 때 넷을 세면서 내쉰 뒤, 2초간 참는다. 이 호흡을 몇 번 반복하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들은  4-4-4-4 호흡법을 훈련한다.  4초간 들이쉬고, 4초간 멈추고, 4초간 내쉬고, 4초간 멈춘다. 군인들은 전쟁이나 테러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작전을 전개할 일이 많은데, 이런 호흡을 통해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심호흡은 특히 불안할 때, 짜증 날 때, 화가 날 때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주 유용하다.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별 일 아니라고 인지하여 몸에 경계태세발령을 내리지 않는다. 즉 스트레스가 안 쌓인다는 거다. 

요즘처럼 안팎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을 땐, 마음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어디에서 뭘 하든 흔들리지 않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자기만의 습관을 가지는 건 필수라는 생각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습관은 증오나 경멸이나 권태도 이겨내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 때 나를 지켜줄 습관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아직 없다면 지금이라도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참고

책:  <해빗 Habit>, 웬디 우드,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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