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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Jan 20. 2023

관건은 넘어진 뒤 무엇을 할 거냐다

실패를 바로잡는 기술


미국 카우보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 문제는 많은 경험이 나쁜 판단 덕에 얻어진다는 것이다.”


풍부한 경험 덕분에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사실 그 풍부한 경험들은 어리석은 판단들 덕에 쌓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결국 수많은 실패가 있고서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살다 보면 실패하고 실수하고, 잘못 선택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자책하거나 망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그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이다. 그를 위해 아주 좋은 가르침이 전해져 온다. 



실패를 바로잡는 기술 


남북조 시대 문인 안지추

중국 육조 말에 안지추(顔之推, 531∼591)라는 뛰어난 문인이자 정치인이 있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분열의 시대라 불리던 남북조 시대를 살아온 터라, 그는 탈출과 정착을 반복하며 무려 세 왕조를 섬겼다. 위기는 계속 됐지만 그는 무사히 몸을 보전했을 뿐 아니라, 자손의 영달까지 도모했다. 훗날 그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을 통해 후대에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데, 그를 통해 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전하고자 했다. 


그 지혜가 자못 방대하여, 자손 가운데 하나가 “이 많은 훈계 가운데 꼭 하나만을 지키라고 한다면 어떤 훈계가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실패가 있을때마다 '성(省)하고, 상(賞)하고, 약(躍)하라'는 교훈이다."


'성'은 실패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빨리 반성하라는 것이고, '상'은 실패로 인해 생긴 열등감, 좌절감 내지 패배감을 극복할 수 있는 보상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며, '약'은 실패를 거울삼아 도약하는 일이다. 



관건은 넘어진 뒤 무얼 할거냐다 


저는 안지추가 남긴 교훈인 '성상약'을 수 년전 접하고, 개인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그전에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실패하면 자책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후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상황을 살피고 어떻게 하면 그를 개선할 수 있는지, 또 실패로 생긴 좌절감을 어떻게 다룰지 더 집중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되었고,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 뇌는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한다.  따라서 무조건 반복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스킬을 키우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건, ‘기꺼이 실수하면서 계속하는’ 것이다. 이는 아기가 걸음마를 습득하는 비결과 같다. 처음엔 계속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서 걷고 넘어지고를 반복한다. 점점 더 정확하게 걸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미엘린이 획기적으로 생성되며 해당 동작에서 필요한 스킬을 향상시킨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무언가를 정말 잘 해내고 싶다면, ‘실수를 열렬히 환영하라’고 이야기한다. 하다보면 실수하기 마련인데 그 실수를 물고 늘어져 다시 해보고 해보는 가운데 자신만의 감각을 익히게 되고(이게 미엘린이 늘어나는 과정이다), 스킬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실수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인 이유다. 


인디언 속담에 ”실패는 없고. 배움만이 있을 뿐이다. 만약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그 경험은 언제까지나 반복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 실패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처음의 실패에서 제대로 배우고 그를 바로잡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실패하되 그를 너무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계속 나아갈 수 있으면 된다. 기꺼이 실패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관건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진 뒤에 무얼 할거냐다. 


심리학자 멜리사 맥크리어리는 사소한 실수를 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치지 않는다며, 이런 조언을 했다.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호기심을 키우세요. 이번 실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지? 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안씨패훈>, 이규태, 조선일보, 1993.02.14.

<안지추의 사상 및 처세관-갈홍과의 비교를 통하여>, 정재서, 이화여자대학교, 2014

<탤런트 코드>, 대니얼 코일, 웅진지식하우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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