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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리 Nov 08. 2024

영원히 살 수 있는 가재가 목숨 걸고 탈피하는 까닭

"불멸의 동물, 가재의 생존전략"


놀랍게도 자연계에는 영생동물이 몇몇 있다.

해파리, 히드라, 브리슬콘 소나무 등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가재다. 


가재는 이론상 영원히 살 수 있다. 

주기적으로 탈피를 하기 때문에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죽지 않는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수명과 관련 있는 '텔로미어'를 조절하여 노화를 막기 때문이다.

가재의 불멸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참고로 텔로미어 (Telomere)는 염색체 끝에 있는 보호캡과 같은 염기서열로, 세포의 수명을 결정한다.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지는데, 너무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한다. 이게 생물학적인 노화를 유발한다. 그런데 가재는 '텔로미어라아제 Telomerase'라는 효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거나 늘린다. 결과적으로 세포 노화를 막는 것!!!! 이게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효소로 개발된다면 장난 아니겠는데?  


그래서 가재는 다른 동물과 달리 늙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힘도 세지고 생식기능도 좋아지며 껍질도 단단해진다여기까지만 보면, 가재는 인간의 이상적 모델처럼 보인다. 



"가재가 목숨 걸고 탈피하는 이유?"


하지만 가재에게도 취약점이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기 위해선 탈피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재는 껍질이 완전히 굳기 전까지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몸집이 커질 때마다 탈피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탈피를 못하면 껍질에 갇혀 죽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재는 목숨 걸고 탈피한다. 탈피하면서 더 큰 골격으로 바뀌기도 하고, 손상된 부위나 낡은 부위가 재생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럼 가재는 어떻게 탈피할까?  

크게 준비단계 - 분리단계 - 탈피 - 탈피 후 단계로 나뉜다. 


[준비단계] 

탈피를 할 때가 다가오면 가재는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는다. 탈피하는 동안은 이가 좋지 않아 잘 씹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영양분을 모아둔다. 눈 바로 뒤에 보면 하얀색 덩어리가 생기는데 이를 ‘가재구슬’이라고 한다. 가재구슬은 탈피 2~3주 전부터 형성되는데 직경 3~8mm 정도로 작은 구슬 모양이다. 거기에 새로운 껍질을 만들기 위한 칼슘을 저장해 두고, 새로운 껍질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사용한다. 


가재구슬의 모양과 위치 (적당한 사진을 구할 수 없어 클로드로 그렸다)


[분리단계 및 탈피]

탈피를 할 때가 되면 몸집이 터질 듯 커지고 움직임도 둔화된다. 은신처로 숨어 들어가 탈피를 준비한다. 탈피가 시작되면 등갑이 열리고 바로 새로운 몸이 빠져나온다. 죽을힘을 다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탈진해 죽거나 탈피하더라도 아직 껍질이 약해 공격을 받거나 잡아먹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탈피후단계]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가재는 칼슘을 흡수하며 새로운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며칠이 지나면 껍질이 단단해지고, 에너지를 회복한다. 이후 강화한 몸으로 살아가며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이런 탈피 과정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탈피할 때마다 껍질이 더 단단하고 강력해진다. 그만큼 탈피도 점점 어려워진다. 껍질이 계속해서 단단해지기 때문에 그를 나오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된다. 결국 탈피가 어려울 정도로 껍질이 너무 단단해지면 자기 껍질 속에서 죽는 수밖에 없다.   


이론상 가재는 영생할 수 있지만, 탈피 때문에 대개는 10년 정도 산다. 하지만 몇몇 종류는 환경이 좋으면 100년 까지도 산다고 한다. 그래도 껍질을 계속 벗을 수만 있다면 200년 넘게 살 수도 있다고 하니 놀라운 생명력이다. 



"인생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과정이 필요"


가재는 탈피 중에는 무방비 상태가 기 때문에 많은 위험이 따른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도 쉽고, 새로 만들어진 껍질이 연약해 많은 위험이 따른다. 그래도 끊임없이 탈피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래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고, 더 강한 몸을 만들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재가 끊임없이 탈피를 하는 과정을 알아가면서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재는 탈피를 앞두고 꼼꼼히 준비한다. 몇 주에 걸쳐 먹이를 모아두고 안전한 곳을 찾아 숨는다. 이는 우리가 인생의 큰 전환점을 앞두고 취해야 할 자세를 보여준다.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미리 준비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하지만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변화의 순간은 늘 불안정하다. 가재가 탈피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순간을 겪듯이, 우리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힘든 시기를 겪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 취약한 시기를 잘 견디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가재는 살아남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탈피한다. 안전한 껍질을 벗는 것은 위험하지만, 더 크게 자라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우리도 지금에 안주하다 보면  더 자랄 수 없다. 때로는 용기 내어 새롭게 도전하는 게 필요하다. 


가재의 탈피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평생에 걸쳐 반복된다. 우리 삶도 유아기에서 청소년기로, 청년기로, 다시 중장년기로, 그리고 노년기로 끊임없이 변화를 겪는다. 자연의 작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이런 지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크고 작은 변화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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