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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Apr 21.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황당함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Mohamed_hassan)


황당함을 극복하는 힘은 공감력이다.


‘황당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이며,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는 ‘기막히다’ ‘어이없다’가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참, 어이가 없네!”라는 말을 종종 하게 된다. 개개인은 ‘종종’일 수 있지만 직장 내 전체적으로 본다면 거의 매일 어이없고, 황당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어쩌면 황당함의 지뢰밭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생활에서의 황당함은 주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시시각각 바뀌는 리더의 마음으로 인해 맞닥뜨리는 황당함은 우리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한다. 그렇다고 황당함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리더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료 구성원 사이에서도 느닷없이 벌어지는 황당함의 향연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절망감까지도 느끼게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이나 취향, 그리고 습성들을 파악하게 된다. 매우 특이한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한두 번의 대화만으로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상황이 다른 만큼 직장에서 만난 구성원들의 성향을 눈치 채는 데에는 아무리 빨라도 서너 달은 필요하다. 앞에서 ‘지뢰밭’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는데, 황당함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지는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지뢰와 매우 흡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으로 글을 이어가기가 아쉽기도 하다.      


어느 날 총무팀 우 팀장과 조 대리는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 팀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프로젝트의 실행을 지시 받고 조 대리와 함께 진행할 계획이었다. 모든 일이 중요하겠지만 우 팀장은 조 대리에게 이번 프로젝트가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임을 한참 동안 주입시키고 있었다.     


“네, 팀장님, 말씀하신 사항 염두에 두고 먼저 실행계획안을 수립하여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조 대리는 잘할 수 있을 거야. 조 대리만 믿는다!”     


이후 조 대리는 약 2주 동안 이 업무에 집중했고,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열정을 바쳐 준비했다. 조 대리는 우 팀장에게 준비한 실행계획안을 보고했고, 우 팀장은 꽤 진지한 표정으로 조목조목 첨삭해 주었다. 수차례 두 사람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준비한 최종 실행계획안은 임원 보고에 앞서 팀장회의에서 팀별 협업사항 등을 조율하기로 하였다. 오늘이 그 팀장회의가 진행되는 날이다. 평소와 달리 예외적으로 조 대리도 팀장회의에 참석하였다.     


“오늘 지난번에 임원회의에서 승인된 프로젝트의 실행계획안을 공유 및 논의하고자 합니다. 총무팀 조 대리가 먼저 간략히 설명을 드릴 테니 이후 다양한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약 10분간 조 대리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동안 고생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이다 보니 더욱 힘주어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발표가 끝나고 한 팀장이 조 대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 대리! 내가 간접적으로 들은 정보에 따르면 경영진에서 이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신다고 들었어요. 나도 직접 듣지 못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데, 확인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때 우 팀장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뭐라고요? 나는 못 들었는데, 이게 무슨 얘기지. 그렇다면 오늘 이렇게 회의를 할 필요도 없었는데……. 일단 내가 확인하고 공유할게요. 오늘 회의는 이만 마쳐야겠네요. 죄송합니다.”    

 

우 팀장은 회의실을 나와 바로 담당 임원을 찾아갔다.     


“상무님,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프로젝트가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시기로 결정되었습니까?”

“아, 우 팀장, 내가 최근에 출장을 다녀오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전달을 못했었네.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 맞네. 하지만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게.”

“네, 상무님, 알겠습니다.”     


문을 닫고 나오는 우 팀장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이 순간 밀려오는 자신의 황당함은 차치하고, 조 대리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니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마저 때늦은 통보를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 대리, 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지만 그동안 우리가 준비했던 실행계획안을 일단 홀딩해야겠어. 결과적으로 내가 늦게 알게 되어 조 대리를 조금 더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해.”

“팀장님, 괜찮아요. 저도 황당하기는 한데, 뭐 어쩌겠어요. 좋은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자료는 잘 모셔두겠습니다. ㅋㅋ"

“그렇게 이해해주니 고마워!”     


이 사례는 대략 이렇게 일단락되었지만 조 대리와 우 팀장이 느꼈을 황당함은 직장인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이 나날이 급변하고,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시대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자들도 언제나 옳고 합리적인 판단만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속성상 확률적으로 높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다가 불운하게도 그 확률이 틀리게 되면 여러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판단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직장 내 구성원들이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앞에서 본 사례와 같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수 있는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를 잡는다면 황당함은 동료애나 소속감으로 상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직장생활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황당함을 자주 느낀다. 뉴스 기사를 보다가도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 있고, 길거리를 걷다가도 황당한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이때 잠시만 황당함을 제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곰곰이 돌이켜보기를 권한다. 의외로 미처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과 금세 회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공감력이라는 교훈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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