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력한다는게 말이되니
나도 노력해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낼 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노력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게
박원-노력 가사 중
“사랑을 노력해본 적이 있나요?”
언젠가 박원의 노력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참 슬프지 않나. 사랑을 노력한다니..
사랑은 그저 노력하지 않아도 마음이 동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억지로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이입하니 비수가 되어 마음이 콕콕 아프더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옛날에는 참 비참하고 슬픈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져 글을 써본다.
사람은 모두 무언가를 좋아하고, 열광하고 그것에 푹 빠질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취미 또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이 누군가에겐 짧고 굵직하게 일어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랑비에 옷 젖듯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일어나겠지.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사랑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론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그 대상을 위해 살아가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이 마음은 영원할까? 슬프게도 사랑은 변한다. 정확히 사랑이 변한다기보다 사람이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 환경, 사건들, 여러가지 외부 요인에 의해서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마치 시기에 따라서 MBTI 테스트를 해보면 계속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우리의 성향이 바뀌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지만 사랑의 대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처음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있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에만 몰입하지 못하는 내가 안 멋져보이기도 했었다. 취향과 색깔이 뚜렷한 사람은 좋아하는 것도 한 두가지로 적은 것 같았고 그게 멋있어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더 좋아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더욱 좋아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가장 짜릿하고 부담없는 건 썸만 타는 관계지만 우리는 결국 정착하고, 더 깊어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지않나. 그렇게 사람을 사귈 때에도 좋아한다고 말하고, 관계를 정립하고, 계속 데이트하며 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노력’이다. 방구석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좋아한다고 생각만 한다고 그 마음이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들 중, 이제는 썸의 관계를 청산하고, 확실하게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글쓰기’ 이다.
어릴 때는 시쓰는 것을 좋아했고, 글쓰기를 좋아해서 항상 관련된 무언가를 사부작 사부작 해왔지만 결국 내가 선택한 전공은 지극히 현실적인 학문이었다. 설레고 가슴이 뛰는 것을 외면하고 미래에 나를 밥 먹여줄 것 같은 쪽을 선택한 대가로 값진 경험을 했고, 결국 돌고돌아 좋아하는 것의 곁으로 왔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나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할 일을 끝낼 때’ 처럼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귀찮을 때도, 하기싫을 때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글쓰는 행위를 통해 내 자신을 알아가고, 명상을 하는 것처럼 영혼이 맑아진다는 것이다. 내 안의 복잡한 생각들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좋아하진 않지만 선택했던 내 전공은 진짜로 나를 일년정도 밥 먹여주었다. 이제 그 손을 놓았으니, 좋아하는 것의 손을 더 꽉 잡아볼 생각이다. 노력할 때 더 깊어지는 사랑을 증명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