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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Oct 03. 2022

#40 그저 바위 하나 보러 가는 여행_퍼스(3)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3일 차- 펠리컨 먹이주기, 칼바리 국립공원     


 오늘 하루는 온전히 칼바리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일정이다. 자그마하고 한적한 칼바리 시내에서 아침식사를 할 만한 카페를 찾아갔다. 바닷가가 바로 앞에 보이는 이 카페는 사실 시내의 거의 유일할 것 같은 카페였고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그 외 대부분의 현지 관광객들은 카라반을 끌고 다니며 캠핑장에서 머무르고 식사를 해결하는 듯했다.      


 간단히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는데 해변 앞 잔디밭에서 펠리컨 먹이 주는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시드니 해변가에서 펠리컨 먹이주기를 한 번 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잠에서 덜 깨어난 우리 아이들은 살짝 식상하고 귀찮아하면서도 또 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온다. 착하게도 아직까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직접 경험해야 함을 의무처럼 잘 실천하고 있고 나름 즐거워하는 모습을 엄마 아빠에게 보여준다. 호주로 여행 온 조카들도 데리고 다녀봤는데 관광지에 가서 핸드폰 보며 차에서 쉬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사실 여행을 준비했는데 살짝 김이 빠져버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직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배려해주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칼바리 시내에서 아침 산책


 해변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고 칼바리 국립공원에 입장하였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인터넷과 구글맵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긴급상황을 위한 대처법이 안내되어 있고, 특히 뜨거워서 죽을 수 있다는 경고문이 곳곳에 있다. 실제로 칼바리 국립공원 안에 들어가면 광활한 자연 속에서 정말로 사람은 나약하고 작은 존재라는 실감이 들면서 이 자연 속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내가 사라지거나 위험에 처해도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공포스럽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국립공원 안내문의 약도를 따라 순서대로 관람하였다. 제일 먼저 최근에 새로 만들었다는 스카이워크부터 갔다. 관광객들은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녔지만, 높은 곳을 못 가는 나는 스카이워크를 걸을 수 없었다.


 그다음으로 네이쳐스 윈도우를 보러 갔는데 나는 문제의 그 바위까지 못 가고 말았다.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뛰듯이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너무 아찔한 것이 현기증이 나서 조금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바위에 기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아빠와 아이들은 다른 관광객들이 이렇게 사진을 찍더라 하면서 마치 절벽에 매달린듯한 사진도 찍어오고(물론 안전한 곳에서 찍은 설정샷이다) 엄마에게 보여줄 거라고 그 바위의 사진을 많이 찍어왔다.      

칼바리 국립공원의 스카이워크


 Z Bend, Hawks Head, Ross Graham. 칼바리 국립공원에 있는 룩아웃 포인트들은 다 둘러보고도 시간과 체력이 남은 아빠와 아들은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트레킹 코스도 걷고 왔다. 룩아웃 포인트들은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중간에 사람 키만 한 에뮤도 지나다니기도 했다. 관광객이 없는 곳을 혼자 걸어 다니다가 저렇게 큰 야생 에뮤나 캥거루를 마주친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호주의 관광지를 다니다 보면 이런 관광지가 만약 한국에 있다면 엄청나게 사람이 많아 줄지어 지나다녀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 호주에서는 어딜 가더라도 그 정도의 복잡함은 아닌 것이 역시 국토가 광활하고 인구밀도가 낮구나 싶고 그래서 여유가 있고 한적한 것 같아 부럽다. 길이 막혀도,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길을 걸어 다녀도 우리나라만큼의 복잡함은 아니다. 이런 점들이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적응하기 힘들고 그리울 것 같다.

문제의 그 바위 '네이쳐스 윈도우'로 가는 아찔한 길

 오늘 하루 광활한 자연에 압도당한 우리 가족은 칼바리 시내로 돌아가 실제로는 아이들과 정신없이 떠들었지만, 겉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낭만스럽게 바닷가에서 해지는 풍경을 지켜봤다. 몇 안 되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도 운 좋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오지탐험에서는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둬야 한다며 아주 많이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네이쳐스 윈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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