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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Nov 02. 2022

#42 그저 바위 하나 보러 가는 여행_퍼스(5)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5, 6일 차- 퍼스 민트, 킹스파크, 스완밸리, 프리멘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퍼스 근교의 스완밸리에서 이틀 동안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시드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스완밸리는 서호주의 와이너리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너무나도 조용하고 인적 없는 분위기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서호주가 인구가 적어 고심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퍼스 시내도 돌아다니다 보면 공실인 빌딩이 엄청 많이 보이고 준공한 지 얼마 안 된 건물 같은데도 공실로 방치되어 낡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빌딩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쪽에서는 열심히 빌딩을 짓는 모습을 보면 뭔가 복잡 애매한 마음이 든다. 신도시, 미분양 복합건물의 관리가 얼마나 답답하고 어려운 일인지 직업적으로 겪어본 나는 퍼스의 이런 모습이 괜히 불편해 보였다. 


 역시나 ‘조용히’, ‘한가하게’라는 단어의 실천은 우리 가족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스완밸리에 도착하자마자 차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퍼스로 구경거리를 찾아 나섰다. 먼저 찾아간 곳은 퍼스 민트, 조폐국이다. 호주에는 캔버라 민트와 퍼스 민트, 두 곳에서 화폐를 발행한다. 아이들이 캔버라 민트에서 즐겁게 구경했던 기억이 있어 찾아갔다. 가이드 투어가 시작된 지 몇 분 지났는데 합류하겠냐는 말에 얼른 요금을 지불하고 따라갔다. 개별적으로 구경하는 것은 무료인데 가이드 투어를 따라가면 특별한 이벤트를 볼 수 있다. 바로 옛날 방식 그대로 보존해둔 작은 용광로에서 금괴를 직접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안직원 몇 명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금괴를 만들고 설명해 주는데 이게 또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워주었다. 만들어진 금괴는 다시 다음 관객들을 위해 용광로로 다시 쏙 들어갔다.      

퍼스 민트


 퍼스 민트는 캔버라의 민트보다 구경거리도 더 많은 것 같다. 기념주화를 구경하다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쥬빌레 기념주화를 충동구매해버렸다. 그것도 2개나, 하나는 퍼스민트에서 발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에서 발행한 것인데 둘 다 4,000~ 5,000개 정도만 발행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구매한 기념주화 보증서에 발행번호가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약 2달이 정도 지난 현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역사의 뒤안길로 영면에 드셨다. 연영방 국가이자 영국을 흠모하는 호주에서 겪는 역사적인 일은 좀 더 특별한 기분이었다. 찰스 왕 즉위식을 기념하여 시드니 시내의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해주었고(그날 모르고 시티에 놀러 나갔다가 신나게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다) 기념 공휴일도 갑자기 생겨서 아이들의 텀 3 방학이 하루 앞당겨지기도 했다.      

 퍼스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킹스 파크로 향하였다. 공원이 어찌나 넓고 푸르른지, 그 와중에 둘째 아이는 안내간판에서 신기한 조형물을 발견하였다고 꼭 가봐야겠다고 하여 그 넓은 공원을 헤매고 다녔다. 뭔가 기운을 많이 빼고 스완밸리로 돌아왔는데 아직 해가지지 않아서 우리는 숙소에 있는 미니 골프를 치러 갔다. 처음 해보는 미니 골프인데 누가 이기나 내기 걸고 했더니 이게 또 어찌나 분위기가 과열되던지. 정말 가족끼리 이래야겠니. 미니골프는 정말 실력과는 전혀 관계없이 공이 예상외의 방향으로 굴러가고 어이없게 홀인원 하기도 하여 아주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다.      

     

킹스 파크 앤 보타닉 가든

 서호주에서의 마지막 날은 비가 주절주절 왔다. 늦은 오후 비행기라 스완 벨리에 있는 Yahava Koffee Works로 갔다. 커피도 볶고 커피와 관련된 물품들도 파는 곳인데 드라이브 스루에는 모닝커피를 사려는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구경하는데 나이가 지긋한 친절한 직원분이 무료로 내가 고르는 3가지 커피를 시음시켜 주겠다고 하여 커피콩 설명도 듣고 시음도 할 수 있었다. 근데 너무나 정성껏 커피를 직접 내려주셔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태어나서 퍼스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하시는 이 아주머니는 프리멘틀 지역을 꼭 가보고 가라며 적극 추천해 주셨다. 그래서 맛있는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프리멘틀로 갔다.

 사실 퍼스 일정을 짤 때, 시간이 남으면 프리멘틀 감옥을 가볼까 적어두기도 했지만 타즈메니아에서 감옥 구경 한번 해보기도 했고, 비도 오는데 여행의 마지막을 감옥 구경으로 하면 좀 우울할 것 같아서 프리멘틀 감옥 옆에 있는 난파선 박물관으로 갔다. 오래된 예쁜 건물에 난파선과 관련된 유물들이 꽤 흥미롭게 전시되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 난파된 배에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겪은 끔찍한 실화와 관련된 박물관이라고 하니 감옥이나 이곳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박물관 구경을 하고 바로 옆의 바닷가를 보며 피시 앤 칩스를 먹다 보니 비도 오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였다.      

WA Shipwrecks Museum

 마지막으로 우리를 당황하게 한 것은 렌터카 업체였다.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에 픽업 서비스를 해주기로 되어 있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며 우리더러 알아서 공항에 가란다. 뭐 호주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거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 쿨하게 우버를 불렀는데, 알고 보니 이 근처가 복잡하게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서 부르는 우버 기사마다 오다가 취소를 해버렸다. 걸어서 다른 곳으로 가려했지만 곳곳에 길이 막혀 있어 하염없이 우버를 부르고 취소당하고 반복을 하다가 다행히 착한 우버 기사님이 우리를 찾아와 주었다. 호주는 우버가 택시보다 흔한데 정말 시간을 맞춰야 한다면 우버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새벽에 공항 가는 우버 예약을 했더라고 임박해서 일방적으로 취소당하는 경우도 많고 복잡한 시간에는 가격이 3배까지 뛰기도 한다. 이런 시간대에는 우버를 불러도 일방적으로 계속 취소를 당한다. 그러다 취소 없이 오시는 기사분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춰 취소와 가격 상승을 처리하지 못하실 것 같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역 근처 택시 승강장까지 가서 미터기를 찍고 가는 택시가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무사히 시간 맞춰 공항에 도착하였고 늘 그렇듯 J* 비행기는 한 시간 넘게 연착되었고, 공항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시간은 또 왜 이리 긴 것인지. 해밀턴 아일랜드에 연이은 퍼스 여행으로 여독을 푸는데 오래 걸릴 듯 하지만, 서호주 여행은 아주 인상 깊었다.  

프리멘틀의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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