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안소희가 본다이정션을 찾아가기 위해 버스번호를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현지인이 '380' 버스를 타라고 한다. 380번 버스를 타면 본다이비치를 거쳐 왓슨스 베이까지 갈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갭파크와 왓슨스 베이를 산책하고 나서 그곳에서 페리를 타고 시티에 있는 써큘러키 선착장으로 향하면 가는 길에 로즈베이와 시티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족들이 놀러 왔을 때 내가 꼭 소개해드리는 코스이기도 하다.
왓슨스베이에서 출발한 페리는 로즈베이를 거쳐 오페라하우스로
버스정거장에서 페리선착장으로 가려면 잔디가 아주 넓은 로버트슨 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페리선착장 근처의 해변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몇 곳 있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피시 앤 칩스 가게에는 늘 사람들이 많다. 볕이 좋은 주말에는 로버트슨 공원 잔디에 샌드위치나 빵을 싸와서 누워있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새해 전날 자정 전에 이곳에 오면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도 볼 수 있는데 꽤 사람들이 많이 와서 거의 축제분위기이다. 페리선착장 우측으로 주택가를 지나쳐 걸어가면 캠프코브 비치를 거쳐 바다를 보며 계속 산책할 수도 있다.
왓슨스 베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던바하우스이다. 여기는 역시 바다 쪽 테라스에 앉아야 멋진데 주말에는 아침에 일찍 오지 않으면 앉기 어렵다. 측면 쪽 테라스는 로버트슨 공원을 바라보는 쪽이어서 초록초록한 풍경을 보며 차를 즐길 수 있다. 커피가 아니라 티를 시키면 예쁜 티팟에 담아 준다. 음식은 그냥 고만고만하다. 시드니의 카페는 경치와 여유를 즐기기 위한 것이지 빵맛은 엄청 와 맛있다 할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던바하우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이지만, 날을 잘못 골라서 가면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커피를 마시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