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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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튜브를 허리에 끼고, 시원한 물속으로 참방참방 뛰어본다. 발끝에 스치는 백사장 모래와 보드라운 물결, 물속이 환히 보이는 투명한 하늘, 저 멀리 들리는 아이들 물장구 소리, 여름 물놀이 풍경을 떠올리다 보면 그날이 생각난다.
수영을 하고 나와 편의점으로 가는 길, 챙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를 낀 엄마가 나타났다. 뒤이어 얕은 물결에 손만 슬쩍 담그는 엄마가 보인다. 그 옆으로는 초록색 4단 도시락통을 열어 젓가락을 하나하나 손에 쥐어주는 엄마. 파라솔 아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엄마. 파도가 무서워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엄마. 물놀이가 끝난 동생과 내 신발을 뽀득하게 물로 씻어 신게 하던 엄마. 파도가 지나가는 바다, 파란 하늘, 초록 숲, 노을 지는 하늘을 좋아하는 엄마. 나를 보고는 “아, 참 예쁘다. 그렇지?”라고 묻는 엄마.
한여름 해변에는 여기도 저기도 그녀가 가득하다. 얼마 못 간 내 걸음은 계속 더뎌지고, 꾹 참았던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올라 눈을 질끈 감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고 싶지만, 곧 그녀가 나타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어주고는 “에이, 참.”이라고 말할 것 같아서.
그럼 그 자리에서 다시는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한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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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한 숲> ‘여름의 해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