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핀 밤

by 서로

지핀 밤

-서로


밤 깊은 시간

내 자리한 이 작디 작은 세상이라도

불 밝혀 보리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홀로 휑덩그레 자고 있던 아이가

엄마를 찾아왔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요

엄마는 아이를 무릎에 눕히고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

머리칼을 쓸어낼 때마다

한 움큼씩 쓸려 나오는

아이의 노곤함과 외로움

온몸으로 아이가 쓰고 있는

시 한편 읽어내자

눈물 한 방울 가슴에 맺히고

따순 불 피워줄 자리를

잘 찾아 들어온 아이의 지혜로움에

몸이 깊이 굽혀진다

그제야


하루 종일 생고의 볕 가득 받고

버적이 버쩍 마른 자신이 보인다

―내깟 게 뭐라고 내깟 게 뭐라고

가이없이 미안해지는 마음을 엮어

땅 위 든든히 고웁게 움 터준 후

타닥타닥 잘 타들어갈 제 몸 눕혀

속결따라 쩍쩍 가르고 패어내

제 안에도 불 피워주었다


오늘 밤이 따스하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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