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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ly 샐리 Oct 28. 2020

겨울이어도 괜찮아, 스페인 북부

스페인 여행 5일차, 새로운 곳은 언제나 설렌다.

4번 째 마드리드다 보니 모든 곳을 다 보진 않았지만, 어느샌가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마드리드를 떠나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싶어졌다. 마치 처음 여행을 온 사람 처럼 말이다. 그래서 익숙한 마드리드를 떠나 새로운 곳을 가고 싶었다.


마드리드 근교 여행으로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스페인 북부가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인들에겐 아직 낯선 그곳이고 나에겐 몰타 어학연수를 하면서 친하게 지낸 친구가 최근에 아이를 낳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에 가야지 하면서 선뜻 가게 되지는 않았던 곳이라 마음 한켠에 짐 같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마드리드 근교 여행하면, 똘레도, 세고비아를 가장 많이 간다. 마드리드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 곳이기에 당일치기로 가능한 근교 여행을 여행자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이건 현저히 마드리드의 매력을 모르기 전까지다. 발길 닿는 대로 가도 되고, 골목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 마드리드다. 그런 곳을 4번째 찾다 보니 이젠 다시 새로운 곳을 찾게 되더라..


우리가 익숙함에 멀어 새로운 사람에 눈길이 가고, 새로운 물건을 찾듯 여행도 그런 것 같다. 새로웠던 곳이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 마저 더 해져 새로운 곳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찾듯이 이번에 내가 그랬다.

스페인은 북부와 남부의 기온차가 꽤 나다 보니 추울 때는 북부는 가지 말라고 많이 말하는데 난 그걸 신경 쓰지 않고 스페인 북부..빌바오로 떠났다.


마드리드에서 빌바오는 버스로 약 5시간...가깝지 않지만 궁금했다. 마드리드 버스 터미널에서 Alsa 버스를 타고 출발한 빌바오 가는 길은 시시각각 날씨가 변했다. 안개가 꼈다가 비가 내렸다가 햇빛이 쨍했다가....어쩌면 2월..스페인 북부를 선택한 걱정이 함께한 내 마음과도 같았다.     

5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빌바오...버스터미널을 나서며 바라본 빌바오의 모습은....뭔가 낯설음에 뒤로 물러서고 싶은 느낌이었다. 역시 북부는 겨울에 오는게 아닌건가?...싶은 생각과 함께 먼저 숙소로 향했다.

어느 샌가 어디에서도 적응이 빠른 내가 된 여행자로서의 난 빌바오가 처음이지만 이곳이 꽤나 익숙한듯 어렵지 않게 메트로 티켓을 구매하고 시내로 이동했다. 마드리드와는 또 다른 빌바오의 메트로와 내부 분위기는 새로운 곳에 내 던져 졌을 때 처음 느꼈던 그 기분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Myout 역에 도착해 걷기 시작한 빌바오는 마치 작은 바르셀로나 같은 느낌이었다. 여름에 오면 초록색의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예쁠 것 같은 그런 느낌...사람 많은 마드리드와는 달리 빌바오는 한적하게 유유자적하기 딱 좋아 보였다. 이곳은 실제로 유럽인들의 휴양지로도 많이 온다고 하니 그럴 만 한 것 같았다.

숙소를 향해 걷다가 약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간 핀쵸바는 빌바오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북부 바스크 지방을 대표하는 빌바오는 타파스가 아닌 핀쵸바가 유명하다. 이쑤시개가 꽂혀 있는 이 핀쵸를 먹고 이쑤시개를 잃어버리면 안된다. 또한, 바닥에 이쑤시개가 많이 널려있다면 맛집이라고 할 정도다. 내가 들어간 이곳 El golo 는 알고 보니 2019 미쉘린 맛집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은 미쉘린 맛집에서 맛본 핀쵸는 간도 딱 알맞고 여기에 와인 한 잔 깃들여 마시니...빌바오가 더 없이 좋아졌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특히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은 작지만 딱 현지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많다.  이곳 역시 화려하고 세련됨은 아니지만 빌바오의 모습과 잘 어울리고 핀쵸를 즐기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미소 가득한 그들의 얼굴이 여행자지만 편안하고 이곳 역시 꽤나 매력적임을 느끼게 해줬다. 스페인 남부의 타파스 투어가 있다면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은 핀쵸 투어가 있다. 핀쵸바가 바로 옆에 줄지어 있고, 가게마다 특색이 있는 핀쵸가 달라서 왜 미식가들의 도시라고 하는지를 느꼈다. 다행히도 빌바오는 생각보다 덜 추웠고, 혼자 왔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즐기기에 덜 외롭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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