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아트서울 2023>에 참여한 8 street 갤러리와 전시는 지난 4월에 막을 내렸다. 8 street 갤러리의 5인 미술 작가와 4인의 글 작가로 구성된 핑계 크루(예술은 핑계고 찐심으로 글을 쓰기 위해 뭉친 우리들을 이렇게 표현해본다)는 <닫다 그리고 닿다> 주제로 협업해 그림과 글 사이 딱딱한 평론보다는 그림을 통해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과 감각이 스민 특별한 전시를 선보였다.
핑계 크루들은 미술 작가가 그림 속에 심어둔 단절과 열림을 발견하고 자유롭게 상상하며 글을 써 내렸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미술이 막연하고 어려운 대상이 아닌,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미술로 작용되길 바랐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을 통해 상상을 펼쳐 보이며 당신 또한 미술 속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를 준비했다.
한 지인은 유로파 작가의 글을 읽고 김영신 작가의 그림을 본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김영신 작가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살이 쳐진 창문 오른편에 살짝 벌어진 창살을 발견할 수 있다. 유로파 작가는 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팬지 꽃을 돌보는 남자'를 묘사하였다. 지인은 이 부분에서 '닿다' 키워드를 발견했으며 창문 속에 살아가는 한 남자에 대한 이미지와 스토리를 마구 풀어나갔다. 핑계 크루가 밟아나간 상상의 길을 따라가며 다시 자신만의 상상과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목격했다. 우리의 목적. 즉, 일반인들도 미술을 통해 단순 감상이 아닌 상상의 길로 들어서는 것. 핑계 크루의 목적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슴슴한 모란꽃과 담담하지만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바람 꽃' 예나 작가, 고양이의 무뚝뚝한 표정과 섬세한 털이 돋보이는 섬세하고 압축적인 표현이 담긴 '고양이' 서정연 작가, 다소 어려워 보이는 첫인상을 쉽고 명확하게 풀어낸 '프레임'과 '실타래' 김아델리 작가. 핑계 크루 모두가 사람들에게 '닫다'와 '닿다'에 대한 상상의 길을 던졌을 것이다.
부스 주위를 서성이며 그림과 글을 감사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손에는 글과 그림이 담긴 책자를 들고선 작품을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섰다. 다시 물러서는 발걸음, 그림과 글을 감상하다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하여 전시를 찬찬히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 작가의 입장으로 우리가 글을 썼던 그 마음과 같이, 관람자들 또한 그림과 글을 통해 감상이 아닌 상상으로 나 아가 당신의 닫힘과 열림을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