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Sep 28. 2022

익숙함이란 뭘까요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03

    문득문득 너무 익숙해서 익숙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꼭 숨 쉬는 방법 같은 것이라던지 아니면 혀의 위치 같은 것이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어색해지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것들이 요. 저에게 익숙함은 늘 안정적인 것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듣는 음악을 듣고, 늘 입는 옷을 입고, 늘 하던 일을 하는 것만큼 저에게 편하고 즐거운 것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동생이 둘이 있고, 우리 가족은 5명인 것이 저와 제 지인들에게는 참 익숙한 일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막내 이야기를 참 많이 했거든요. 어린 시절 귀여우면 귀여웠던 대로, 커서 속을 썩이면 썩이는 대로. 이름을 대신해 늘 막내가 막내가 하면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다들 이름과 얼굴은 모르더라도 저에게 막내라는 동생이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지인 하나가 막내는 잘 지내냐는 이야기를 건넵디다. 그리고 저는 그냥 거기에 별 대꾸 없이 그냥 그렇다고만 이야기를 했어요. 아마도 앞으로 저는 그런 시간이 더욱 많아지겠죠.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그날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상을 치르는 내내 나는 과연 이 사실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익숙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례식을 하는 내내 조금은 실감이 나는 것 같더니, 다시 집에 돌아오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막내는 제법 밖에서 살았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냥 오늘 하루도 막내가 집이 아닌 어디 다른 곳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에게는 밖에서 지내던 막내가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참 실감이 나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는데 벌써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냥 이렇게 오늘 하루를 저와 제 가족들은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출국을 위한 비자 준비를 위해 여기저기를 다니며 서류를 만들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막내의 물건을 밖으로 내다 버리고, 엄마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내켜하지 않으시고 제 목에는 이제 2개의 목걸이가 걸려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이 꼭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무슨 영화에나 나오는 것처럼 이게 모두 거짓인 것 같습니다. 그냥 내일 당장이라도 연락이 올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곧 익숙해질 거라고도 합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는 동생이 2명인 것이 익숙했습니다. 이제는 동생이 1명인 데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익숙함이란 뭘까요. 저는 이 사실에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익숙해지면 어쩌죠. 

그게 참 걱정이 됩니다.


22.09.27 맥주와 함께

작가의 이전글 쓸데없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