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Oct 02. 2022

우연의 힘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07

    때때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우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연히 찾아간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제품이 1+1을 하는 경우라던지, 엄마와 보러 간 공연에 등장하는 시를 엄마가 중학생 때 외우고 있는 일이라던지, 웨이팅이 긴 식당에서 별로 기다리지 않고 입장하는 일이라던지.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부를지도, 누군가는 우연이라고 부를지도 모르는 그 순간들이 참 따뜻한 바람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소하기만 한 그 순간들이 모아 두고 보면 큰 행운과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엄마랑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그 극에 등장하는 시를 엄마가 중학생 때 외워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시라고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유일하게 외우고 있는 시라며 옆에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두려워말라...'라고 그걸 외워주시는데 좋아하는 배우의 노래로 그 시를 들을 때와 다른 감정이 은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하루도 소중한 우연 하나를 저는 가지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이 사람을 만들고 구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우연들이 또 다른 나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 같고요.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 '나는 찰나에 사는 사람이니까'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 대사가 요즘처럼 잘 와닿은 적이 없습니다. 찰나가 만든 사람이 저인 것만 같습니다. 나의 순간의 선택들은 물론이고 내가 하는 생각들과 순간들이 우연들이 나를 만들고 구성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찰나에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 찰나의 순간들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고 마는 것 같습니다.


    바스러질 듯 타오르는 우리의 삶이 비록 찰나에 머물지라도

오늘 하루는 우연의 힘을 믿으며 당신의 안녕을 바라봅니다


22.10.01 난 그런 사랑을 원해와 함께

작가의 이전글 저는 정리를 잘못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