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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Oct 04. 2022

나의 반짝이는 순간들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08

    생각만으로도 반짝임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마치 강이나 바다에 윤슬이 반짝거리는 것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예쁘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이 때때로 찾아옵니다. 그게 누군가는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여행을 다니던 순간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사랑에 빠져 있는 순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일 수도 혹은 학생 시절일 수도 성인이 된 이후일 수도 있겠죠. 누군가 저에게 너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두어 번의 시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놀아본 기억이라고 한다면... 물론 지금 일을 쉬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체감상 가장 많이 놀아본 기억이라고 한다면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입니다. 남들은 다 수능과 입시를 위해 정신없이 공부하고 준비를 할 때가 가장 많이 놀아본 시기라니, 뭔가 제가 대단히 성적이 좋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실상은 그저 동시에 두 가지를 못하는 학생이었을 뿐입니다. 기숙사에다가는 마치 학원에 가는 것처럼 외출 일지를 써서 내고 친구들과 시내를 돌아다니고는 했습니다. 거창한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당시에 유행하던 이미지 사진을 찍고, 영화를 보거나 떡볶이를 먹거나 하며 돌아다녔을 뿐입니다, 애초에 10시면 조용해지는 시내이니까요. 그리고 나면 조용히 기숙사로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아마 제가 해본 거의 유일한 일탈일 겁니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남들 다 공부하는 그 시기에 친구들과 놀러 나가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던 그 순간이 저에게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학창 시절의 반짝이는 기억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기는 유럽여행을 준비하던 1년간의 시간이었습니다. 유럽여행을 가겠다며 돈을 모으던 그 시기의 저는 부지런했습니다. 아마 통학을 하고 부모님의 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정과 자금이었지만 당시 저는 아르바이트를 2개를 뛰고, 체력을 위해 새벽 수영을 가고,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들었습니다. 나름 장학금도 받으면서 다녔고요. 계획대로 굴러가는 일이 잘 없는 저의 삶에서 비교적 계획대로 착착 굴러가던 시기가 바로 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말 부지런했던 시기였습니다. 와중에 여행 계획들을 세우면서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참 바지런히 도 움직였고, 정신도 없었지만 다시 돌아갈 시기를 정한다고 하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많은 반짝임들이 각자의 시간 안에 존재하겠지요. 때때로의 반짝임이 나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아마도 이제는 막내와의 시간들이 반짝임으로 남아있기도 할 것입니다. 시간이 2주 정도 지났습니다. 이제 저는 제법 웃으면서 저의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제법 웃으면서 막내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이제 이렇게 서서히 시간이 흘러가겠죠. 마음의 시간보다 현실의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니까요.


    나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또 다른 반짝임을 나의 시간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시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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