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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Oct 06. 2022

때때로 찾아오는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09

     때때로 마음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같고, 때로 저의 시간이 이렇게 흐른지도 모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직 저는 몇 주 전 그날에 머물러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서울에 다녀 올 일이 좀 있었습니다. 비교적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이라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웃고 밥을 먹고 움직이고,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집에 오려고 터미널을 가는데 막내가 좋아하던, 즐겨 입던 스타일의 옷을 입은 긴 머리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멈칫하고 '오늘 막내가 서울에 있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아, 막내가 여기에 있을 수는 없구나'라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버스를 타기 전 조금 배는 고픈데 시간은 충분하지 않아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순간도 그랬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도 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거든요. 그냥 입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있지만 그 생각을 쉽게 떨쳐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묵직함이 생겨났습니다. 글쎄요, 아마 이 묵직함은 평생 가겠지요, 횟수가 줄어들거나 무게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아마 이 묵직함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상을 치르며 마음이 버거울 때면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는 했습니다. 멀어서 혹은 제가 너무 늦게 이야기를 해 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전화로 위로를 건네고는 했습니다. 참 고맙게도 그 친구들은 상이 끝이 나고서도 며칠간 제가 전화를 하면 선뜻 전화를 받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는 했고, 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른 친구를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저에게는 소소한 위로가 되어주고는 했습니다. 그 통화들 가운데 하나, 한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의 상상보다 많이 힘들 것이라고요. 아마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던 그 친구의 말에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참 여러 가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집에서는 저녁마다 같이 가볍게 한잔하는 날이 늘었고, 가끔 묵직한 정적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여전히 나는 동생이 둘인 것만 같은데 하나는 핸드폰 속에 증명사진으로만 이제 존재합니다. 하나 둘 막내의 물건들이 치워지고 있습니다. 그게 참 버겁게 느껴지는 오늘 밤입니다. 오늘 유독 이 묵직함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이 순간들이 앞으로 얼마나 찾아올까요, 여전히도 실감이 안나는 밤입니다.


22.10.05 아득한 시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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