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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Nov 17. 2022

시간이 흘러갑니다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10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많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꼬박 한 달 만에 돌아왔으니 안부를 전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안녕히들 계셨는지요, 편안하고 너무 춥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셨기를 바라봅니다. 저는 드디어 복귀를 했습니다. 꼬박 30개월 만의 긴 시간을 지나 다시 한번 제가 서있던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참 이곳은 바뀐 게 없더라고요. 전에 살던 집에 들어와서 살고 있어서 물론 방은 바뀌었지만 그간의 30개월이라는 시간이 마치 꿈처럼 여겨집니다. 차라리 방이 바뀐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막내가 놀러 와서 거의 2주를 있다가 갔거든요. 자그마한 방이지만 그 방에서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부엌에서는 막내가 맛있는 파스타를 뚝딱 만들어줬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여름에 왔었기 때문에 함께 바다에 가서 피자를 사 먹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것을 먹던 시간이 아득한 꿈처럼 여겨집니다. 


 다시 이곳에 돌아와서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성당에 들어갈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신앙을 특별히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당에 들어갈 때 조심스레 성호를 긋게 됩니다. 우리 막내가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성호를 그으며 늘 조심스레 인사를 건넵니다. 막내가 한 번쯤은 저를 보기 위해 이곳에 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편안하고 따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전에 비하면 집에도 연락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마음도 좀 더 표현을 하고 있는 편이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저는 이 마음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이야기를 건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조금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선뜻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꾸 막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지금도 동생이 2명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여전히 제자리를 뱅뱅 돌고만 있는 느낌입니다. 처음에 비하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득의 순간이 찾아오면 저는 제자리를 뱅뱅 돌고만 있습니다. 


 처음으로 이 소제목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참 의문이었습니다. 견뎌지더라고요. 보잘것없는 용기밖에 지니지 못한 언니는 그저 오늘도 생애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요. 하지만 여전히 그 사실을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어여쁘디 어여쁘던 이제는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게 되어버린 동생이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이제 어느덧 올해가 한 달 반이 남았으니 저는 또 나이를 먹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동생에 대한 기억은 하나 둘 희미해져만 갑니다. 늘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 저의 기억력이 요즘처럼 원망스러울 때가 없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가고 있습니다. 또 저는 삶을 살 아내야만 하고요. 이제부터는 조금씩 이곳에서의 저의 삶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저의 상념들을 적어낸 이 시리즈가, 어느 날은 이곳에서의 저의 소박한 일상들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기억들이 순간들이 참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아버린 것이 참 원망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하니까요.


22.11.17 유독 많이 그리운 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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