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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16. 2023

안온하고 평온한 하루가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11

 늘 이렇게 갑작스럽게 문득문득 이곳에 찾아오게 됩니다. 꼬박 8개월 만에 다시 이곳에 글을 적게 된 것 같아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열심히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어느덧 복귀를 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흘려보내고,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어요. 이제는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휴가를 갈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집에 좋은 일도 생겼습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참 미안하게도 저는 그때도 우리 막내가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여기서 적당히 흘려보내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들에게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꾸 막내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문득문득 힘에 버거워서 결국 툭 털어내듯이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했지만 사실 제 마음 편하자고 한 이야기였으니 그 정도면 되었다 싶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할 때는 울었고,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막내 생각에 절로 울음이 나오지만 그냥 막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우는 일은 줄어들었습니다.


 이젠 그냥 슥 웃을 수 있는 날도 있어요. 최근에 막내가 놀러 왔을 때 갔던 바다를 다시 놀러 갔습니다. 함께 두 번이나 놀러 갔던 곳이라서 그런지 같이 놀러 갔을 때의 기억이 안 날 수는 없더라고요. 모래사장에 앉아서 함께 장난치며 모래놀이를 했던 모습이, 같이 먹었던 음식이 절로 떠올라서 그날은 그때의 사진을 슥 들여다보았습니다. 저랑은 예쁜 사진보다는 웃긴 사진도 같이 많이 찍었던 터라 그날도 아니나 다를까 그런 사진들이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혼자서 웃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미안하기도 합니다. 사실 막내 물건을 챙겨 온 게 몇 개가 있어요. 많이 돌아다니는 게 직업이니만큼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잘 가지고 다니려는 마음이었는데 괜시리 잃어버릴까 불안한 마음에 그냥 방에 두고 있는 시간이 훨씬 깁니다. 비슷한 점은 많아도 사이즈는 참 달랐던 자매이기에 원래의 용도대로라면 저한테는 약간 불편함 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언니가 덩치가 커서 좀 미안해'라는 생각과 함께 슥 내려두고 갈 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듭니다.


 이젠 전보다 조금은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여전히 괜찮다고 못하는 이유는 이 평온하고 안온한 하루가 꼭 한 번씩 무너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일 겁니다. 올해 초 핸드폰을 한번 잃어버렸습니다. 물건도 잘 못 챙기는 편인데 이런 나라에 살고 있으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잃어버린 게 사실 용할 지경입니다. 그 안에 여러 자료도 잔뜩 있고, 작년 한 해 동안 사용하면서 찍은 사진이 가득한데 백업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편이었습니다. 메신저에 있는 자동 백업기능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근데 사실 그 핸드폰 잃어버렸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막내 증명사진이었습니다. 다들 왜 둘째는 안 넣고 막내만 넣느냐고 이야기를 할 때도 그냥 웃으면서 끝까지 넣고 다녔던, 예쁘게 나왔다고 너무너무 좋아하던, 막내 친구들이 그날 막내가 그 사진 찍을 때 무슨 립스틱을 발랐는지까지 다 알만큼 좋아하던 그 사진이 거기에 있었어요. 핸드폰은 가져가도 되니 제발 그 사진만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간절하게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게 마지막 증명사진이었으니까요. 이제 다른 증명사진은 가지고 다닐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넣어두고 있습니다.


 대체로 괜찮습니다. 다만 오늘 밤에는 꿈을 잘 안 꾸는 언니지만 제발 찾아와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깨어나면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꼭 만나서 안아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랑한다고, 언니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으니까요. 이 글 쓰느라 벌써 눈이 퉁퉁 붕어눈이 되어있으니 꼭 한 번만 찾아와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들 평안하고 안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마 저도 내일은 다시 평온하고 안온한 하루를 보낼 테니 말입니다.


23.07.16 뜨거운 여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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