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서주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 중이다. 모든 일에는 도구가 중요한 법. 나의 글쓰기 도구들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 도구는 만년필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만년필로 쓴다. 지금 이 글은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며 함께 하는 분들에게 편히 공유하기 위해 컴퓨터로 쓰고 있지만 이 외에 쓰는 글들은 지금도 전부 만년필로 쓰고 있다. 4년 전 무언가 나의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막연하게 그 글들은 만년필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년필에 대한 별다른 지식 없이 무작정 인터넷에서 괜찮다는 평이 많은 저렴한 만년필을 한 자루 구입해서 쓰기 시작했다. 나는 만년필과 잘 맞는 사람인 것인지 첫 만년필부터 불편하다 느끼는 일 없이 지금까지 만년필을 애용하고 있다. 한 자루만 사려고 했던 만년필은 어느새 열 자루를 훌쩍 넘겨서 지금은 더 이상 이것저것 사지 말고 기다렸다가 아주 좋은 것을 한 자루 사야지 생각하는 중이다.


만년필은 불편한 도구이다. 잉크를 충전해 주어야 하고 세척도 해주어야 한다. 잉크를 채워둔 상태로 몇 주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가 말라붙어버리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이 만년필을 잘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만년필의 캡을 연 채로 글을 쓰지 않고 5분만 지나도 잉크가 마르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잊지 않고 다시 캡을 닫아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필기구이다. 어쩌면 이러한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소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인 것 같다. 만년필을 시간과 공을 들여 깨끗하게 세척하고, 넣을 잉크를 신중하게 고르고, 천천히 잉크를 주입하고, 그 잉크가 종이 위로 흘러나와 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마치 명상을 하는 마음으로 행하게 된다. 정성을 들여야만 사용할 수 있는 필기구라는 점이 나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만년필은 나만의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는 만년필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회사에도 만년필을 들고 간다. 회사에서도 일정을 적고 메모를 하지만 회사의 일과 관련된 문자를 쓸 때에는 절대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고 꼭 볼펜을 사용한다. 집에서도 기억해두고 싶은 음식의 조리법을 적어두거나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가 던져주는 정보를 급하게 적어야 할 때에는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고 볼펜이나 다른 필기구를 사용한다. 만년필은 나만의 글을 쓸 때, 나의 개인적인 일정을 적을 때, 읽던 책에 밑줄을 긋거나 감상을 적을 때,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넬 글을 적을 때에만 사용한다. 이런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만년필을 꺼내 들면 회사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좋아서 만년필이 더 소중하다.


이 아이폰과 갤럭시의 시대에 왜 굳이 비효율적으로 글을 쓰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나도 누구보다 효율성을 숭배하는 사람이다. (엘리베이터에 혼자 탈 때에는 닫힘 버튼을 먼저 누르고 층수를 누른다.) 그래도 손으로 글을 쓸 때의 감각을 좋아한다. 만년필의 촉 끝에서 흘러나와 종이에 스며드는 잉크를 바라보면 이 선들이 만드는 글이 무언가 더 의미 있는 글일 것만 같다. 효율적인 사람이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느리게 누구보다도 천천히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글을 쓰고 싶다. 만년필은 신중하게 글을 쓰기에 아주 적합한 도구이다.



만년필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들은 나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책과 유튜브에 많이 남겨두었다.


특히 잉크잉크님의 유튜브는 만년필을 쓸 때 필요한 정보가 다 담겨있으면서 영상의 분위기가 잔잔하고 감성적인 것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해서 구독하고 있는 채널이다.


박종진, 『만년필입니다!』, 엘빅미디어, 2013.

겐코샤, 『만년필 교과서』, 부윤아 옮김, 디자인이음, 2015.

잉크잉크님의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com/@inkinc?si=-NZljMXyrMR_fS-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