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독서생활
나는 수많은 작가들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 글을 쓰라고 말해준 작가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준 작가들이다.
2019년 8월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를 읽었다.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2020년 9월 에쿠니 가오리의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를 읽었다.
이것이 소설가가 가지는 삶의 태도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해 10월 김영하의 『말하다』를 읽었다.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같은 해 12월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읽었다.
그저 재미있게 읽기만 한 소설들이 치열한 고민 끝에 다듬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1년 3월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을 읽었다.
내 삶을 위해 반드시 나의 소설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각각의 책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도 이 책에 담긴 말들을 몇 줄의 글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분들은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하는 분들이 아니다. 짧게 쓸 수 있는 말이었다면 짧게 썼을 것이다.
2020년 6월 1일부터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시작했을 때에는 2년 안에 완성하고 싶었는데 벌써 5년이 넘게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미궁에 빠져버렸다. 어디에서부터 고쳐야 할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답답하고 답답하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무언가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직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설령 죽을 때까지 완성하지 못한다 해도 괜찮을 것도 같다. 글을 쓰고 싶어서 찾아본 작가들로부터 배운 점이 너무나 많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마루야마 겐지,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9.
에쿠니 가오리,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김난주 옮김, 소담출판사, 2020.
김영하, 『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문학동네, 2015.
오르한 파묵, 『소설과 소설가』,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2.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 문항심 옮김, 은행나무,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