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화재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불이 난 것은 지난 26일 밤 8시 20분경이었다. 불길은 다음 날 저녁까지 이어졌고, 완전히 진화되는 데에 꼬박 22시간이 걸렸다. 이후 상황대책반 체제로 전환되며 긴급 대응이 이어졌지만, 그 사이 정부 전산망과 행정 서비스는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이번 화재의 발단은 리튬이온배터리였다. 전산실에 보관되어 있던 384개의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화재에 특히 취약한데, 일단 불이 붙으면 며칠 동안 물에 담가 두어도 꺼지지 않을 만큼 집요하다. 실제로 이번에도 불탄 배터리들은 재발화를 막기 위해 소화 수조에 담겨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전산실 구조였다.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이 불과 60㎝에 불과했기 때문에 소방 활동이 극도로 어려웠고, 물을 충분히 사용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물을 쏟아부으면 서버 자체가 손상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소한의 물만 흩뿌리며 냉각하는 방식으로 진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 화재가 더욱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한 물리적 피해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정부의 심장이라 할 만한 기관이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화재는 곧바로 행정 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졌다. 실제로 647개의 정부 전산 시스템이 중단되면서 주민센터 업무, 우정사업본부 서비스, 관세청 서비스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들이 멈춰 섰다.
정부는 빠르게 복구 작업에 나섰다. 28일 오전까지 항온항습기가 복구되었고, 전체 시스템 647개 중 551개를 순차적으로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96개 시스템은 정상화까지 약 2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들 시스템을 대구 분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원 시스템이 멈추었을 때 광주와 대구 등 분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곧 백업과 대체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는 단순히 ‘불이 났다’는 사건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정보 보안과 데이터 관리, 그리고 비상 대응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와 같은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 관리, 서버 구조와 소방 대응 사이의 균형, 무엇보다도 위기 상황에서 중단 없는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백업 체계는 앞으로 반드시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다. 국민의 일상은 점점 더 디지털 행정망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곧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이 생활의 기본권과 직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를 드러낸 사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