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5
교양/예능 프로그램은 미션+콘셉트+구성 이라고 생각한다. 미션은 명분이요. 콘셉트는 포장이고, 구성은 알맹이다. 그 중에 오늘은 콘셉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신선한 콘셉트를 차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션, 구성과 관련된 느슨한 연결고리라도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기는 불가능하다. 진부한 얘기지만 황금비율도 1:1이 아니라 1.618:1이다.
먼저 콘셉트가 내용과 미션을 압도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최근 총선 특집을 준비하라는 언급이 있어 인기 있는 총선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sbs의 선거 프로그램은 명성에 부족함이 없었다.
정당의 세력 다툼을 삼국지에 비유해 설명하거나 영화 ‘인터스텔라’ 명장면을 활용해 득표율을 알려주는 멋진 CG들이 많았다. 스토리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콘셉트가 화려해서 시청자들은 내용은 어찌됐건 크게 신경쓰지 않게 된다
두 번째, 느슨한 콘셉트는 내용과 거의 무관해도 괜찮다. 인기를 끌고 있는 KBS의 구라철은 ‘김구라가 간다’는 구성에 지하철이라는 콘셉트를 더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구성과 콘셉트는 거의 관련이 없다. 이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김구라의 솔직함이다. 항상 오프닝은 지하철에서 한다는 것 정도다. 이태원 국회의사당 등등등
느슨한 콘셉트의 성공 사례로 슈가맨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의 스타를 찾는다는 동일 구성을 가진 영화 ‘서칭포슈가맨’을 통해 가치를 더했다
좋은 콘셉트의 차용은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아보이게 만든다. 질 좋은 포장지인 것이다. 달려라 입법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입법 상담이 부족한 세태를 개선하기 위해(미션) 캠핑카 안에 사무실을 차리고 이동식 상담소를 만들었다(콘셉트) 그리고 사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구성)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콘셉트를 미션와 구성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고 캠핑카란 콘셉트도 신선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다고 해도 결국 나의 프로그램을 생각하는 것은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션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내뱉지는 않지만 무의식 중에 갖고 있는 생각들을 끄집어 내 미션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미션(문제의식)에 관해 간단히 작성해 본다면
1. 국민성은 일류, 정치는 삼류/ 정치를 일류로 만들고 싶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feat. 유승민)
공통적으로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들리는 말은 “어젠다”가 없다는 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정작 정치 권력을 뺏기 위한 정쟁만 한다고 지적한다.
정작 어떤 발전적 논의가 나와야 하는 지에 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대중 정치인이라면 그 정도 신념은 갖고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승만(독립) 박정희(경제성장) 김대중(남북 평화) 노무현(지역주의 타파) 이명박(경제 성장) 등 결과가 좋았던 나빴던 간에 나라의 미래를 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함의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일류 정치 풍토를 도입하기 위한 이상적 미래에 관한 고찰(개헌, 지역주의 타파..보다는 흥미로운 사안이어야 할 것)이 필요하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에 관해서는 흥미로워하는 시청자가 있을 것이라 예상(녹색성장)한다.
만약 위와 같은 미션을 갖고 콘셉트를 가상으로 잡는다면 KBS에서 했던 자유선언과 같이 복싱을 콘셉트로 해서 만들 수 있다.
2. 나는 정치같은 건 몰라, 그런건 국회의원이나 하는거지 , 정치 무관심과 혐오를 타파하자.
국민은 먹을 것을 하늘로 받들고 의원은 국민(aka 유권자)(feat.킹덤)을 하늘로 받든다.
지역구민이 지역구 의원의 활동상을 직접 칭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맨날 국회의원이 자기 자랑만 하니까 식상하다.
칭찬은 남이 해줘야 진정한 의미를 발하는 법. 진심으로 칭찬하고 진심으로 감동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국노래자랑 콘셉트를 따와서 전국 국회의원 자랑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최근 사내에서는 펭수와 같이 캐릭터 컨셉을 통해 어린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는 키즈 프로그램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3. 국회의원들은 쓸데없이 싸우기만하고 놀고 먹는 사람들 아냐? 카메라꺼지고 뒤돌아서면 술마시러 간다며? 배우냐? /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인간적 면모나 리얼 반응을 시청자들은 흥미롭게 생각할 것이다. 매일 바닥에 앉아 백블을 치는 기자들은 국회의원들에 관해 어떻게 생각할지 지하실 기생충 컨셉트로 해보면 어떨까.
4. 세상에 청년을 대변해 줄 국회의원이 이렇게 없나? 청년 정치인의 성공/실패 스토리에 관해(넷플릭스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다음 총선 때 꼭 만들어보고 싶은 다큐 기획이다. 넷플 프로그램은 결국 성공한 정치인에게 포커스가 훨씬 더 많이 가게 돼 진부하단 평가를 받았는데 어떤 구성을 통해 극복해낼 지가 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