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일>을 읽고
"마케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마케터로 일한 지 5~6년쯤 지나고 나니 이상하게도 이런 질문이 더 자주 떠오른다. 마케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마케팅의 정의가 무엇인지, 마케터의 역할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생각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업무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채널과 플랫폼은 계속 늘어난다. 브랜드, 콘텐츠, 광고, 데이터, 퍼포먼스까지 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일이 묶여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는 지금 마케팅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 밀리의 서재에서 우연히 『마케터의 일』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몇 년 전 토크쇼에서 만난 적 있는 장인성 님의 책이었다. 이 책은 마케터에게 필요한 네 가지 역량을 이야기한다.
1. 마케터의 기본기
2. 마케터의 기획력
3. 마케터의 실행력
4. 마케터의 리더십
목차만 보면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건 이 책이 마케팅 기술에 대한 책이 아니라 마케터의 태도에 대한 책이라는 점이었다. 마케팅 트렌드나 플랫폼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일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는 내내 마치 편안한 선배와 티타임을 나누며 조언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다. "마케팅을 잘하려면, 마케팅 이전에 일단 그냥 일을 잘해야 합니다."
순간 뜨끔했다. 우리는 종종 마케팅 채널이나 트렌드에 집착한다. 네이버 알고리즘이 바뀌었다든지, 인스타그램 릴스가 중요해졌다든지, 유튜브 쇼츠가 뜨고 있다든지.
물론 이런 변화는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산업이 달라져도, 직무가 달라져도 일의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단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더라도 그저 구경만 하고 있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반대로 사소한 일이라도 사소하지 않게 해낸다면 그 경험은 결국 자신의 자산이 된다.
이 책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마케팅의 본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사 제품을 바라보고, 소비자가 모르는 불편까지 느끼고, 소비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결국 마케팅은 제품을 파는 일이 아니라 사게 하는 일을 만드는 것이다.
파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우리 제품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사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시선이 소비자에게 향한다. 그들의 상황은 어떤지, 어떤 순간에 이 제품이 필요해지는지, 어떤 말이 행동을 바꾸는지. 결국 좋은 마케팅은 소비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에서 시작된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성장은 나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할 때 일어난다."
문제의 중심을 나 또는 우리 회사 내부에 두기 시작하면 생각은 점점 복잡해진다. 하지만 시선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순간 문제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요즘 내가 너무 많은 기술과 채널에 피상적으로 집착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이 책의 목차처럼 마케터로서의 성장을 네 가지 기준으로 가끔씩 점검해보려고 한다.
기본기
기획력
실행력
리더십
거창한 목표는 아니어도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적어도 방향만큼은 마케팅의 본질을 향해 가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