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교회 사건을 보고
이제 노력으로만 먹고사는 시대는 끝났다. 먹고 산다는 표현이 비루하게 느껴질만큼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포함해 개인의 삶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오로지 노력 하나만이 아니란 게 틀림없어 보인다. 현재 한국 축구계의 최고의 스타인 손흥민은 우리나라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었고, 월급쟁이들은 상상불가인 백'억'소리 나는 연봉을 받고 있다. 물론 그의 피나는 노력을 부정하고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남보다 뛰어난 그 무언가를 최대한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또 얼마 전 6살의 어린이 유튜버의 월 수입이 40억 가까이 된다는 사실과 95억 상당의 빌딩을 매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되었다. 웬만한 노력으론 불가능한 그 일을 해낸 6살의 아이에겐 1,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독 버튼을 누르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성락교회'의 김기동 목사는 그 무엇을 탤런트(Talent), 재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성직자에서 더 나아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목사가 지녀야 할 재능은 무엇일까? 목사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어떤 재능이 필요할까? 개인적으로 어떠한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명확히 하나를 꼽기 힘들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각각 생각하는 승려, 목사, 신부, 여타 종교의 성직자들이 가져야 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재능은 필요 없고 신앙심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김기동 목사는 한 설교에서 이야기한다. 축구선수가 몇백억의 연봉을 받는 것, 연예인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그들의 탤런트 때문이고 목사 역시 그러하기에 목사에게 5억이란 연봉을 아까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실제로 그는 그의 탤런트에 대한 대가로 목회비란 명목 하에 월 5,400만 원의 돈을 교회로부터 받아갔다.
김기동 목사의 예처럼 축구선수 손흥민은 수비에 재능은 없지만 그의 빠른 발과 양발 모두 정확한 슈팅을 가능케하는 능력으로 인해 세계 최정상급의 공격수로 인정받게 되었고 그의 퍼포먼스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받는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가수들은 가창력, 배우들은 연기력, 혹은 다 부족하더라도 매력적인 얼굴이 재능이라면 얼굴이 다 할 수도 있다. 뭐가 됐건 한 부분이 특출 나고 충분한 노력으로 활용한다면 명예와 돈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궁금해진다. 목사로 인정받기 위한 재능이 무엇인지.
그런데 김기동 목사의 설교에서 그의 재능을 발견했다. 성락교회 교인들의 헌금이 목사의 주머니로 가든 하나님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든 간에 교인들의 지갑에서 헌금이 나오긴 나와야 한다. 여기서 교인들의 감성과 죄책감을 자극하는 김기동 목사의 뛰어난 언변과 뻔뻔함은 타의 추종의 불허했다. 성락교회의 헌금 독려 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헌금을 내기 위해 한 할머니는 자신의 집을 팔고도 모자라 폐지를 주워 헌금을 낸다. 이를 본 교인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할머니께 무모하다고 욕을 했을까? 부끄러웠을 것이다. 더 낼 능력이 있음에도 아끼고 있다는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에게 큰 의미가 있는 돌반지를 팔고 대출까지 받아 목돈을 마련한다. 또 그는 뻔뻔했다. 교인들이 나에게 준 돈으로 재산을 증식한 것이며, 설교 도중 자신은 교회로부터 일체 돈을 받지 않는다고 했지만 회계장부엔 버젓이 매월 5,400만 원의 목회비가 김기동 목사에게 전달된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성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언변과 뻔뻔함이란 것에 동의할 종교인은 없을 것이다. 이 덕목 자체가 부정적이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이 신이 주신 재능인 Talent를 신의 권능을 앞세워 개인의 재산 증식에 활용하는 성직자 또한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성직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금 성직자에 대한 설명이 그들의 직업적 적성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성직자는 자신이 습득한 교리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동시에 사회 안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봉사하여 신앙으로 인도하는 일종의 사회 지도자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덕목은 결국 도덕성과 종교에 대한 책임감이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적어도 성직자가 추구해야 할 우선순위는 돈이 되어선 안된다. 아무리 보아도 여러 재능 중에서도 달변이나 뻔뻔함보다는 도덕성과 윤리적 부분이 신적인, 신에 가까운 재능에 더 가까워 보이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종교계에 유독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억울한가? 그러면 그만두면 된다. 대기업 CEO가 명품 시계를 차고 명품 브랜드 VIP만이 참석할만한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누가 뭐라 하겠나. 성직자는 신의 뜻을 전하고 표방하는 삶을 사는 자들이 아닌가. 무조건 굶으며 검소하게 살아가란 뜻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사치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목사는 예수의 얼굴이고 스님은 부처의 얼굴이다. 자신이 믿는 그 종교적 가치를 대표할만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명품 시계를 찬 예수와 람보르기니를 탄 부처, 이 얼마나 우습고 모욕적인가. 이번 성락교회 사건을 통해 교인들이 충격받은 이유는 단순 80대 노인이 20대 여성과 같은 호텔방에 들어갔다라던가 노인의 통장에 꼬박꼬박 5,400만 원의 금액이 입금되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들이 믿고 존경하던 원로목사였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 기쁨의 마음으로 전해질 줄 알았던 자신의 피땀 어린 헌금이 원로목사 아들의 3,500만 원짜리 시계의 부품 한쪽, 며느리의 1,000만 원짜리 진주 목걸이의 한 귀퉁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배신감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이제는 종교계에 자정작용이 시작되어야 할 때이다. 신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해 신을 이용하는 것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성직자가 후자를 선택한다면 그는 결국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믿는 신을 파는 행위를 하고 있음과 스스로 그 종교를 더럽히고 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기동 목사의 아들인 김성현 목사가 교인들에게 6,7년 내로 각각 50억씩은 교회로 가져오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라는 뉘앙스로 설교한 영상을 보니 쉽지는 않아 보인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교회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그 뛰어난 재능마저 물려받은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