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4일(스페인 여행 1일)
실감나지 않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일찍이 계획해 두긴 했지만, 실제로는 갑작스러운 출발과 다름없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쳇바퀴처럼 살아가고 있었고,
그 속에서 마치 우리 가족만 쳇바퀴 밖으로 툭 튀어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짐도 여행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싸고,
평소처럼 출근하던 시간에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날까지도 개미처럼 일만 하던 나는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동료들에게 부탁한 채 회사를 나왔다.
아내 역시 늦은 회식으로 밤늦게 취해 들어왔기에
짐을 챙길 겨를조차 없었다.
아마 잠자리에 들던 그 순간까지도
‘과연 내일 제대로 떠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삶의 쳇바퀴를 잠시 멈추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거대한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저 우리 가족만이 잠시 뛰어내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