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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 철학 = 스콜라

by 프라임 핏

이제 중세 철학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중세 철학의 핵심은 가톨릭의 이성적 해석입니다. 따라서 가톨릭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면 중세 철학을 이해하기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가장 핵심적인 흐름과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몇 가지 생각만을 짚고 넘어갈 예정입니다.


1.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

2. 토마스 아퀴나스

3. 보편자 논쟁


중세 세계관에서 신은 구원과 도덕의 기준점입니다. 따라서 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곧 세계와 인간 존재의 궁극적 이해로 이어진다고 믿었습니다. 동시에 다른 탐구는 등한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굳이 신 이외의 것들을 탐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안셀무스(1033–1109)는 중세 스콜라 철학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신앙을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성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했습니다.


안셀무스의 신 존재 증명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신은 가장 위대한 자이다.

존재하지 않는 위대한 자보다 존재하는 위대한 자가 더 위대하다.

따라서 신은 그 본성상 존재한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신은 '존재함'이라는 특성을 필연적으로 보유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였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신앙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신의 존재를 이성적 증명으로서 설명하려는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플라톤의 이데아 이론은 신학에 결합시켰다면,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신학에 결합시켰습니다. 이것은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의 흐름과 동형을 띄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온갖 분야의 지식을 집대성하며, 탐구를 이어나갔습니다. 역대 철학자 중 가장 방대한 저서를 기술한 학자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현대에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에도 토마스 아퀴나스의 공로가 크다는 이야기도 존재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남긴 이론을 딱 한가지만 꼽자면 제1원인론입니다. 모든 것은 인과가 이어져 있습니다. 세상은 원인과 결과의 연속입니다. 한 사건의 원인도 이전 사건의 결과로 벌어진 사건일 것입니다.


결과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원인 .....


이렇게 무수히 원인의 사슬을 따라가다보면 어떤 인과로도 발생하지 않은 태초의 원인이 등장합니다.


결과 <- 원인 <- 원인 <- .... <- 원인 <- 원인


이 태초의 원인이라는 것이 바로 '신'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 태초의 원인이라는 '신'이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세상이 인과의 사슬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태초의 원인인 '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빅뱅 우주론을 믿는다면, 게다가 빅뱅이 어떤 인과도 없이 존재했다고 믿는다면, 빅뱅 또한 제1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세 철학은 곧 카톨릭 신학의 해석이며, 신앙과 이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모색한 지적 전통이었습니다.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은 “이성으로 신앙을 정초하려는 초기 시도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카톨릭 신앙을 종합해 중세 스콜라 철학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중세 철학이 카톨릭 해석에서 출발했다고 해서 단순 신앙 논쟁으로만 그치지 않고, 서양 지성사의 큰 흐름 속에서 합리적 사유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이어간 점은 오늘날에도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중세 철학을 발전시킨 논쟁이었던 보편자 논쟁을 다루며 중세 철학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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