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성격 유형을 극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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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를 그리워하는구나?"
그녀는 나의 뒤에 서 있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너무 다가오지는 마. 심장이 아프니까."
"나를 사랑하잖아?"
"네가 내 곁에 있는 것뿐이지."
"내가 왜 너 곁에 있는 것인가, 그거에 중점을 둬야지."
뒤에서 들리던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이제는 귀 옆에서 진득하게 울린다. 섬찟한 숨결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것은 꽤 천착하다.
"몰라, 모른다고. 그딴 거 알았으면 널 무시했겠지."
"알게 해 줄게."
목이 졸린다. 그것은 별로 괴롭지 않다. 가까워짐에서 느껴지는 나의 심장만이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어째서 육신이 대신 반응을 하는가? 아아, 그래. 영혼은 형태가 없었지.
"이제는 익숙하잖아? 이 고통조차."
나의 눈에서는 짓무른 고통이 새어 나온다.
"무엇도 익숙해지지 않아. 너는 사랑이 아니니까. 아니, 널 사랑한다 해도 변하는 건 없어. 그저 마주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열린 심장에서 압력에 눌린 피가 사방에 터지듯 흩뿌려진다. 그것은 눈물과 뒤섞여 핏물 웅덩이를 만든다. 피다, 검붉은 내 피야!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는다. 그것은 익숙하다.
그녀는 나에게 더욱 눌어붙는다. 그리고 고혹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나는 네 것이 아니야. 그리고 동시에 나는 너일 뿐이야."
"아니, 너는 나의 뒤를 밟는 그림자일 뿐이야. 이건 내 삶이니까."
"그런데, 너는 왜 나 없이 살지 못할까? 어째서 내가 없는 너를 상상한 적이 없느냐 이 말이야."
"......"
머리는 명랑하다. 아니, 침식된 이성이 작동한다. 고통이 납득되지 않는다. 오로지 육신만이 피를 토해낸다.
"나를 마주한 처음 순간, 너는 그 순간에 죽은 거야. 평범함을 벗어난 그 첫걸음은 너의 존재 자체를 뒤바꿨어."
나의 목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가 내게 키스한 것이다. 하지만 체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젠 평범함의 범주에 끼지 못하는 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내가 어째서 네 곁에 있느냐, 그것이 중요하지.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건 내가 널 가졌기 때문이야. 언제부터 네가 온전하다고 생각한 거야? 언제부터 네가 나 없이 이성을 발휘한다고 생각한 거야? 오만하기는."
"그만. 더는 필요 없어. 어차피 공상적인 존재일 뿐이니까. 현실을 직시하면 되는 거야."
그녀는 점점 나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녀와 나의 몸이 함께 녹아내릴 것 같은 기분이다. 나의 정신또한 육신과 동화되어 무너진다. 아니, 정신이 먼저 고통의 길을 앞선다. 잘 닦인 길을 육신이 피로 칠한다. 절망적인 고통에 정신이 미칠 것만 같다. 하지만 고통만 덧대일뿐 끝내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 차라리 내가 죽어버렸다면!
그것은 반복된다. 계속, 계속, 계속.
"나는 너와 함께 자랐어. 나는 너야. 나는 널 사랑해."
그녀의 키스가 또 한 번 내게 닿는다.
"제발, 그만!"
땀으로 젖은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조금의 향을 머금었다. 잠에서 깨니 비루함에 기분이 안 좋았다. 손을 뻗어 차가운 물을 마신다. 그것은 나의 목을 타고 위장으로 간다. 속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차가운 물을 틀었다. 수돗물에서 흐르는 거센 물길이 선명히 들린다. 후각, 미각, 청각. 이번에는 시각인가? 나는 생각하며 김 서린 거울을 닦았다. 거울 속 나는 입고리를 기괴하게 올리고 있었다. 행복해 보였다. 곧 나의 미소는 눈물로 반환되었다. 거울 속 나의 뒤에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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