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의 불안정성
(특정 성격 유형을 극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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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적 자기애. 그것이 나를 단죄한다.
나의 열등한 정신이여, 어째서 우매함에 빠져 스스로를 바라보지 못하는가? 나의 우월한 육신이여, 어찌 이 고매함을 숨기리.
세상의 중심은 나일지어다. 모든 경외심은 나에게로, 모든 존경심은 오로지 나라는 인간에게 군집되어야 한다. 나의 존재가치는 그것뿐이다. 아니, 정정한다. 나뿐이다. 그런데, 어찌 이곳은 정말 나뿐인가?
세계는 증명의 연속이다. 천재가 아니라면 살아남지 못한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게 된다. 나의 눈은 세계의 끝을 바라본다. 그것은 끝이 없다. 분명 찬탄한 빛은 위에서 오는 것이 맞는데, 높아질수록 점점 그 구멍은 좁아진다. 하지만, 바늘만 한 구멍에서도 가능성이 계속 뻗쳐 나온다. 나는 분명 바늘구멍에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야 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죽게 될 뿐이다.
더욱 가팔라지는 시체산에서 발을 내딛는다. 진득한 검정 피가 나의 발을 붙잡는 것만 같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절망소리가 들린다. 시체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끝없이 깊은 심면으로 떨어진다. 나는 그것이 두렵지 않다. 나는 그것이 두려울 수 없다. 올라가야만 한다.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것은 기분이 꽤 좋다. 그들은 나의 발판일 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쥐어 밟을 때마다 내려보는 풍경은 높아진다. 심원한 지하는 나를 강하게 올려보고 있다. 아아, 절경이로구나! 나는 이 순간만을 위해 살아온 것이다. 나의 월등함에 존재가 안정됨을 느꼈다. 이제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 조그마한 사람들은 나를 범재로 만든다. 더 높은 곳, 더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시끄럽다. 주위에서 알랑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시체들이 말한다.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공손하십시오."
아니. 그것은 나를 향한 열등감일 뿐이다.
"당신의 노력은 여기서 죽게 될 겁니다. 당신은 뛰어나지 않습니다. 당신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받아들이세요."
뭐라고 하는 것인가? 그들의 말은 나의 고매함에 가로막혀 들리지 않는다. 나보다 미개한 인간의 말 따위 들을 가치 없다. 그것이 참된 것이든, 아니든.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의 위에 올라설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 나의 손은 떨리는 것인가?
시체산은 가팔라졌다. 이제는 두 발로 서서 올라갈 갈 수 없다. 나의 뼈를 시체에 박아 올라가야 했다. 손목을 뚫은 뼈로 시체를 찔러 자신을 지탱한다. 다 부서져 가는 이빨로 몸을 당긴다. 무릎뼈가 살을 뚫어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온몸의 뼈들이 장기를 찌른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한 치의 실수가 나를 심연으로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모습은 점차 시신들의 모습과 닮아간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현려한 빛을 가렸다. 더는 꼴도 보기 싫다. 시체산의 정상에 올라온 나의 몸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어쨰서? 어째서 더는 길이 없는 것인가?"
나는 절망했다. 나의 몸 따위 중요하지 않다. 더는 올라갈 길이 없다는 것만이 나를 절망에 빠트린다. 분함에 얼굴을 망가질 듯 구긴다. 분함에 눈물마저 나온다. 천재가 아닌 스스로에게 분개했다.
정상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모든 시체는 나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진득한 검정 피는 나의 것이었다. 나는 바로 밑 시신에게 말했다.
"솔직히, 너는 알고 있었지?"
"나는 당신에게 계속 말했어요."
"... 들었어. 분명히."
"어째서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거죠?"
"내가 우월하지 않다는 걸 믿으면 안 되니까.... 오히려 그 사실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올라갈 욕심만 가득했어.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게 두려워서."
"그래서 무엇을 얻었죠?"
"... 더는 지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외면하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꽤 괴로운 일이다.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신을 죽였던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지금은 휴식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심연을 향해 몸을 던졌다.
"조금만 쉬자. 얼마나 걸리지는 몰라. 어쩌면 다시 오지 못 할지도 모르고."
시체산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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