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감정-내면
(특정 성격 유형을 극적으로, 문학적으로 표현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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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시끄럽게 울린다. 아니, 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찢어지게 고요하다. 머릿속은 너무나 고요하다.
아아, 해충이구나. 그것은 입과 눈, 귀로 기어 나오는 혐오스러운 벌레다. 나의 얼굴을 헤집고 기어 다니다가 눈 안으로 들어가 나의 뇌를 감싸 안는다. 들린다. 들린다. 그것의 소리가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들린다. 아니 들리지 않는다. 느껴지기만 할 뿐이다.
역겨움에 속에서 구토가 올라온다. 소리 없는 구토를 하면 그것은 나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다. 오히려 구토를 하는 나보다 더욱 기어 온다. 그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몸 안에 들어찬 해충을 끝없이 뱉어내느라 숨마저 잘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진득한 그것을 털어내려 얼굴을 때린다. 떨어지지 않는다. 잡히지도 않는다. 보이지조차 않는다. 고통스럽다. 제발, 제발. 간절히 빌어도 그것은 나를 기어 다닌다.
"정신 차려. 이럴 때가 아니야."
다시 한번 나의 뺨을 강하게 때린다. 스스로를 때릴수록 손에는 힘이 더욱 들어갈 뿐이다. 아려오는 통증에 짜증이 난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해충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점차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고통에 고통은 서로를 더욱 가중시킨다.
나는 딱딱한 바닥이 좋다. 차가워서는 안 된다. 부드러운 침대는 나를 잠들게 만든다. 오로지 미지근한 바닥만이 안식을 준다. 생경한 바닥은 고요하다.
나는 고요함이 좋다. 귀에서는 섬찟한 칼소리가 들린다. 이명이다. 이명은 잠시나마 해충을 잠재운다. 머릿속이 빠르게 안정된다. 그러나 오래 있지는 못 한다. 나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다시 한번 해충을 맞이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 해충보다 두려운 것은 현실이다.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특대(特待) 따위 없다.
나는 일어났다. 얼굴에서는 보이지 않는 해충이 꾸물되며 기어 나온다. 그것은 분명 나의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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