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48
우리 딸 유리는 대단한 등센서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낮밤을 구별하기 전까지는 물론이오, 낮잠과 밤잠이 구별되고 나서도 한동안 안고 재워야했다. 조금이라도 내려놓을라치면 등이 닿지도 않았는데, 각도가 기울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을 번뜩이고 일어나 울어댔다. 게다가 '배앓이'가 있어서 밤에 분유를 먹으면 배앓이를 하는 바람에 새벽에는 꼭 모유를 먹여야 했다. (엄마들이라면 알것이다. 모유수유 한다는 건 엄마의 독박을 의미한다는 걸..)
나는 아기가 새벽에 칭얼되면 꼭 일어나서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모유는 분유보다 소화속도가 빨라서 많게는 세네번씩도 깼다. 그만큼 나도 자주 일어나야했다.
사실 새벽에 모유수유를 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었다. 배앓이 하는 내 아이에게 모유가 좋다니 당연히 해야지 싶었고, 내가 새벽수유를 하고자 일어나면 신랑도 일어나 자기가 비몽사몽하더라도 꼭 함께 앉아있으며 새벽육아를 함께 해줬다. (이게 참 큰 힘이 됐다.) 새벽에 그렇게 먹어되니 아이도 낮에는 낮잠을 많이 잤다. 수면교육이라는건 알고는 있었지만 작디 작은 내 새끼에게 수면교육을 강행할 자신이 없었던 나는 애기가 낮에 자면 나도 같이 옆에서 디비(?)잤다. 그렇게 나와 아기는 밤에 치룰 생존전쟁(?)을 위한 체력을 비축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어머니였다.
시어머니는 내가 아기가 잘때 자는 걸 이해 못했다.
그 시간에 젖병도 닦고, 집도 정리하면 될텐데...하는 생각을 하셨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신랑에게 유리가 낮에 너무 자서 밤에 잘 안자는거 아니냐고 하셨다.
신랑은 애기가 이제 막 태어나서 클때는 잠을 많이 자는거라고 대답했는데 시어머니는
"그럼 리사도 자라고 있는 거냐!" 하며 질책 하셨다.
황당했다. 그리고 너무 서운했다. 본인도 아이를 키워보셨으면서 신생아 키우기에 대한 고충을 모르시는건가? 좋게 생각해서 너무 옛날일이라 잊으신걸까? 자기 딸한테도 그러셨을까? 하며 온갖 잡념이 들었다.
하지만 서툰 육아에 전념하는 것만도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냥 육아의 고충을 공감 못하시나보다 하고 좋게 넘기려 했다.
하루는 내가 너무 피곤해서 새벽에 모유수유를 안하고 신랑에게 맡기고 분유수유를 한적이 있었다. 혼자서 새벽 수유를 하던 신랑은 얼마나 피곤했으면 생전 낮잠이라고는 안자던 사람이 다음날은 낮에 곯아 떨어졌다. 그런 신랑을 보며 시어머니가 애처로워 하시며 말씀하셨다.
"에그....밤에 애기 보느라 얼마나 피곤했을꺼야.....깨우지 마라 더 자게"
아...공감 능력이 없으신게 아니구나....
시어머니의 이 말에 시어머니의 공감 능력은 자기 자식한테만 한정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공감능력은 며느리에게는 좀더 엄격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혹은 얄짤없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