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공원이가 만들 노래공원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이름이 아닌 우리 자신을 지칭하기 위한 새로운 이름을 짓고 싶었다. 결혼 제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존재 단위가 되기로 서약했으면서도 막상 그 존재를 지칭할 이름을 부여하진 않았다.
우선 각자의 성을 땄다. 나는 송씨고 나의 아내는 박씨다. 송은 영어로 Song이고 박은 영어로 Park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송은 노래고 박은 공원이다. 이 둘을 그대로 이어 붙이면 노래공원이 된다.
우리 어렸을 적 중요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놀이공원처럼, 노래공원이란 단어에는 알 수 없는 친근함과 뭉클함이 있다. 생각해보면 놀이공원의 거리에는 언제나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떤 노래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음에 탈 놀이기구를 선택하느라 바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선명하다. 그것도 노래라면 노래다. 그러니 놀이공원은 웃음소리로 가득 찬 노래공원이다.
노래공원이란 이름에는 추억, 장소, 놀이, 노래, 웃음소리 등과 같은 키워드가 존재한다. 부부의 이름에 이렇듯 예술과 낭만이 깃들 수 있다니. 우리는 각자의 성향과 재능을 타고났지만, 함께 할 무엇을 찾고 있다. 우연하게도 노래는 노래 부르길 좋아하고 공원이는 공원 걷기를 좋아한다. 노래는 예술을 직접하는 걸 좋아하고 공원이는 공간이 주는 예술적인 감각을 좋아한다. 노래공원이란 이름은 단어일 뿐 아니라, 노래와 공원이가 부부로 살아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행위와 목적을 품고 있다.
우리는 독일에서 살아갈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노래공원의 독일어 버전이 궁금해졌다. 독일어로 노래는 Lied, 공원은 Park다. 노래공원은 Das Liedpark다.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안드레 핼러(André Heller)라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예술가(그는 작가, 시인, 가수, 작곡가, 배우, 영화감독을 겸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가 1983년에 작곡한 <Das Lied vom Idealen Park>라는 곡을 찾았다. '이상적인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검색해도 가사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 독일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곡의 가사를 직접 인터넷에 올려봐야겠다. 아무튼 독일어로도 '노래공원'은 흔히 쓰이는 단어 조합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노래공원이란 이름으로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 노래공원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쓰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