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는 걸음을 통한 즐거움
전문가들은 우울함과 불안한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전신건강'과 '정신건강'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몸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반대로 마음의 병을 몸을 움직이면서 치료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무슨 계기에 의해서 건, 아니면 지금까지 받은 스트레스에 의해서 건,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음식은 인스턴트에 배달음식 투성이고, 책 한 줄 읽히지 않고, 운동은 커녕 손하나 까딱하기 힘든 그런 순간들 말입니다.
이런 무기력한 순간들을 맞이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 끼고 걷기 시작합니다. 시간의 여유가 좀 있으면, 차를 타고 멀리 나가서 풀냄새 가득한 숲길을 걷거나, 반짝이는 강물을 옆으로 두고 걷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통의 경우는 소박한 이웃의 집들 사이를 걸으며 산책을 즐깁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왁자지껄 바비큐 하는 사람들, 이따금식 지나가는 차 소리에 생각들이 흘러서 지나가는 게 느껴집니다. 살짝살짝 걷다 보면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5분 뛰고, 5분 걷고, 10분 뛰고, 10분 걷도, 나름의 인터벌 트레이닝을 시도하다 보면 그동안 안 걷던 발에 물집이 잡히곤 합니다. 노곤한 몸을 데려와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면 그토록 불면증에 시달리던 밤들이 언제 그랬냐든 지나가곤 합니다.
아침과 점심, 저녁의 산책은 각기 다른 매력이 존재합니다. 아침 산책의 장점은 단연 상쾌함에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챙겨 입고, 새소리와 약간 차가운 공기, 살짝 촉촉한 아침 안갯속을 걸으면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오늘의 하루로 살아갈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점심의 산책은 비로 짧은 시간이지만 치열한 업무 시간 사이의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바삐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피 하나 들고 걷다 보면 다시 일터로 들어가기 싫으면서도, 잠깐의 쉼에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저녁 산책의 장점은 마음이 차분해짐에 있습니다. 분홍빛, 주황빛, 적갈색 빛, 보라색 빛, 짙은 남색으로 변화되는 노을을 보면서,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 오늘 하루 잘 보냈다는 암도감이 듭니다.
과학적으로 운동을 하면 항우울, 항스트레스를 작용하는 BDNF, GABA, 엔도카나비노이드,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등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운 단어들을 위로하고도 제가 느꼈던 산책의 행복감은 단순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나자면, 그동안 머릿속에 뭉쳐두었던 문제덩어리들이 하나하나 분류되어 작아지게 되고, 작아진 문제들을 보고 있자면 그동안 엄두가 안 나던 문제들을 풀어낼 힘이 생깁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던 하루에도, 산책을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 몸을 움직였다는 안도감과 노곤함이 주는 행복감이 다분합니다.
오늘 하루 산책이 주는 즐거움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