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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초중년생 Mar 30. 2021

Prologue. FIRE족의 시작

궁극적으로 내가원하는 삶은과연 무엇일까요?

<돈 쓰는 즐거움 = 돈 쓰는 허무함>

23살, 첫 직장에 입사하고 가장 즐거웠던 일은 바로 내가 번 돈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자유였습니다. 밥 한 번을 먹어도, 어딜 놀러 가려고 해도, 무엇을 사려 고만하면 매번 발목을 잡았던 돈. 그 발목 잡던 돈에서 잠깐 이나마 해방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지 정말 원 없이 쓰고 다녔습니다. 부모님 선물도 사드리고, 친구들한테 한 턱 쏘고, 그동안 사고 싶은 거 사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와 행복감은 딱,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다 쓰고, 다음 달 월급으로도 그 돈을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때 까지였습니다. 정신 차리고 카드값을 막기 위해서 몇 달간 교통 값과 통신비만 지출하고, 식비를 줄이기 위해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서 깨달은 점은 이런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분별한 소비에 결론은 허무함뿐 이라는 것입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쓴 돈인데 남는 거 없이 사라지는 게 허무하였던 저는 보다 의미 있는데 돈을 쓰고자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23살부터 지금까지 10년간 1월 1일에 딱 10개씩만 업데이트하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에 딱 10개씩만이라도 의미 있는 지출을 해보자라고 해서 만든 지출 계획표였습니다. 


초기 리스트 안에는 운전면허 자격증 취득하기, 스카이다이빙 하기처럼 단기간에 금방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도 있었고, 옐로우나이프에서 오로라 보기, 빈에서 오페라 관람하기처럼 장기적인 시간과 충분한 자금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차곡차곡 지워진 리스트들을 보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알게 모르게 불안함이 일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리스트들이 매년 생길 텐데 매년 이런 리스트들을 언제까지 해나갈 수 있을까? 지금의 월급을 저축해서 미래의 리스트들을 지우는 게 가능할까? 나는 얼마나 일할 수 있을까? 정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등의 대한 요즘 30-40대들의 지극히 평범한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을 자각하자 저는 은퇴 이후가 너무 걱정되었고, 무서워졌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벽까지 과도한 업무의 시달리고 남은 월급은 정말 적었고, 주위를 둘러보면 임원급이 아니고서는 40대 후반의 직장인은 전무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오를 사람들은 전체 사원에서 몇 % 정도 될까요? 그 국소수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만약 65세의 은퇴하지 못한다면 강제은퇴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10년 혹은 15년의 기간 동안 40대 후반의 나는 어떻게 살아 갈지 걱정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민연금도 정말 최소한의 생활비만 지급할 뿐, 국민연금 이외에 소득도 필요하네요)

 

<경제적 독립을 통한 자발적 은퇴>

이런저런 걱정 중에 내 귀에 들린 단어는 FIRE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였습니다. 경제적 독립을 이룬 후에 자발적인 은퇴라니.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요? 누가 떠밀려서 하는 은퇴가 아닌 다른 개념의 은퇴도 있다는 사실에 그토록 무서웠던 은퇴가 달콤하게 느껴졌고, 새삼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파이어족을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생각하던 '성공적인 은퇴'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나에게 '성공적인 은퇴'란 '노동 없이 편안하고, 안락함이 보장된 삶'이라는 정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경제적 독립을 이룬 사람들의 삶은 달랐습니다. 물론 쉬고 싶을 때 쉬고, 원하는 일과만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만, 그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알고, 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독립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단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전 나의 지출 버킷리스트가 1회용 기쁨이었다면, 현재의 지출 버킷리스트는 나의 금전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자기 계발 비용과 앞으로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소비하는 리스트들로 채워졌습니다.


파이어족은 정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앞으로 제가 추구하는 파이어족과 이를 달성하기 필요한 투자 전략, 이 외 캐나다의 파이어족은 한국의 파이어족과 어떤 점이 다른지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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