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로맨틱한 남자다. 화병에 있는 꽃이 시들기 전에 새로운 꽃을 사다 주는 남자다. 나의 한숨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남자다. 자다가 내가 뒤척이면 내 걱정을 하느라 밤새 본인 잠을 못 자는 남자다. 그런 남자가 나를 이틀간 방치한다. 남편이 시댁에 갔다.
퇴근이 이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집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맥주 한 캔 시원하게 마시기. 한국 TV 틀어놓기. 배달 음식 시켜먹기. 옷 아무 데나 벗어놓기. 침대 혼자 다 쓰기. 친구랑 전화하면서 크게 떠들기.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오늘 밤에 어질러둔 것 다 치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