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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케이크 Nov 05. 2021

난 불효녀가 될 수 없을까?

우리 엄마는 한국의 다른 엄마와 같이 자식을 위해 평생 본인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서른이 넘은 딸에게 아직도 양말을 신겨주신다. 아무리 그렇게 하시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인다.


영국에 있으며 한국에서 혼자 계시는 엄마가 걱정되어 매일매일 화상전화로 안부 전화를 드린다. 그럴 때마다 항상 한국에 와서 살라고 하신다. 곁에 두고 자주 보고 싶다고. 난 이럴 때마다 갈등이 생긴다.


불효녀가 되어 해외에서 자유롭게 살자니 엄마에게 죄책감이 든다. 그렇다고 효녀가 되어 엄마의 말을 듣자니 내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 그건 또 싫다. 그래서 가끔은 전화드리기가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번에 전화하면 또 한국에서 살라고 하시겠지... 그럼 난 또 고민하겠지...


영국 시댁과는 당연히 많이 다른 문화다. 일단 남편 가족들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없다. 한편으론 편하면서도 가끔은 가족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남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굳이 나에게 어떤 쪽을 더 선호하냐고 하면 사실 난 남편네 가족 성향이 더 맞는 것 같다. 어떤 책임감과 부담감도 주지 않고 그냥 나만 잘 먹고 잘 사면되는.


2주간의 한국 방문 동안 한국으로 다시 터를 옮길지 말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고민을 싹 지워 줄 엄마의 눈물 한 방울과 울음을 참으며 건네는 떨리는 한마디. 너무 멀다. 조심히 가. 나는 깨달았다. 나는 불효녀가 될 수 없다. 자식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엄마를 위해 나도 내 꿈을 희생해야 할 것 같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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