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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z Feb 18. 2019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쏟아지는 무수한 별들과 잔잔하게 흩뿌려진 별 바다까지 그려지는 J-POP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이 눈앞에




 선곡 리스트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꽤 많은 음악들과 주제가 마치 샘물처럼 퐁퐁 튀어 오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을 그려볼까, 반대로 연기가 뿌연 겨울을 그려볼까, 차라리 삶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그러다 갑자기 너무나도 선명히 박히는 이미지에 결정하게 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리스트. 조금 오래전에 듣다가 잠시 놓고 있었던 Mounmoon(모우문)의 <Hello, Shooting Star> 덕분이다.

 그렇게 보면 J-POP은 별을 참 잘 담아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별과 밤하늘에 대한 일본의 어떤 독특한 정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매체의 주제곡으로 별을 연관지은 곡들이 많고, 빛을 노래하는 가사도 많으며, 심지어는 이런 곡들이 유독 많아 가수 자체가 별처럼 반짝인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무튼 검푸른 밤하늘에 빼곡한 별을 상상하고 싶을 때면 난 J-POP을 찾는다. 듣다 보면 별 하늘이 주는 상쾌하고도 포근한 온도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기회에 쏟아지는 무수한 별들과 잔잔하게 흩뿌려진 별 바다까지 그려지는 곡들, 그런 16개의 곡들을 모아보았다. 직접적으로 이를 표현한 곡도 있고, 자연스레 분위기가 떠오르는 곡도 담았다. 생각이 너무 많을 때, 잠시 일상을 벗어나고 싶을 때, 조용한 숲에 들어가 밤하늘을 묵묵히 올려다보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들으면 좋겠다.








1. 空から降る一億の星 (Sorakarafuru Ichioku No Hoshi)

 Plenty(플렌티) [Sorakarafuru Ichioku No Hoshi (空から降る一億の星)]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 제목부터가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이며, 정말 반짝반짝한 '별비'가 후드득하고 떨어지는 광경을 느낄 수 있다. 가수인 플렌티(Plenty)의 곡들은 이 노래뿐 아니라 대체로 '반짝이는' 노래들이 많다. 딱히 '별'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곡이 아니라도 거창하지 않은, 하지만 어느 것보다도 빛나는 노래들이다. 앞서 말한 '가수 자체가 별처럼 반짝이는' 경우가 바로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2. Hello, shooting-star

 Moumoon(모우문) [moumoon BEST -FULLMOON-]


 애니메이션 <암살교실(暗殺教室)>의 1기 엔딩이다. 학생들이 단체로 부르는 신나는 오프닝과는 달리 교실의 추억을 잔잔히 짚어가는, 차분한 음악이었다. 학교의 이야기(물론 평범한 학교 이야기는 아니다.)를 그린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잘 어울리도록, 꿈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곧 '슈팅스타'처럼 빛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밤하늘과 별만이 반짝이는 것이 아닌, 우리 자신도 별처럼 반짝일 수 있다고 함께 힘을 내어주는 노래이다.






3. スパークル (movie ver.) / Sparkle (movie ver.)

 RADWIMPS(래드윔프스) [君の名は。(너의 이름은./your name.)]


  별이 하늘을 치고 내려오는 장면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가 있다면, 바로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혜성을 주제로 한 영화답게 그 OST 역시 떨어지는 별똥별 그 자체를 담아내었다. 이 곡은 그저 내려오는 별 뭉터기의 목소리를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잘 나타내었다고 생각한다. 쏟아지기 시작하려는 모양, 여러 갈래로 나뉘는 아찔함과 부서지고 어딘가에 닿아 사라지기까지. 별들의 일생을 담아 놓은 듯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4. Binary Star (feat. Uru)

 Sawano Hiroyuki(사와노 히로유키/澤野弘之) [Binary Star (feat. Uru) [Binary Star / Cage]


 전주를 듣기 시작하자마자 은하수가 넓게 깔린 밤이 떠오른다. 그리곤 밤하늘을 조금 더 넘어 우주 가까운 곳의 아득한 어두운 곳까지도 떠오르게 한다. 제목의 뜻은 '연성(連星)'으로, 쌍성이라고도 한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운명을 지닌 두 개의 별을 상상하며, 조금은 엄숙하기까지 한 곡.






5. Stars in the Rain

 Aimer(에메) [Daydream]


 ONE OK ROCK(원오크락)의 보컬 Taka(타카)가 작곡한 에메의 곡, <Stars in the rain>이다. '비 속의 별들'이라는 가사로부터 실은 비에 관한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기타 반주의 튕기는 듯한 사운드는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별들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에메 특유의 몽환적인 목소리는 마치 차분한 색채의 영화를 보는 듯 비와 별을 묵직하고도 감성적이게 표현한다.






6. 君の知らない物語 (Kimino Shiranai Monogatari /네가 모르는 이야기)

 supercell(슈퍼셀) [Today Is A Beautiful Day]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J-POP 애호가는 없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여름의 대 삼각형이 데네브, 알타이르, 베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게 해주는 곡. Supercell(슈퍼셀)엔 마치 한 권의 만화책을 엮는 듯한 곡들이 많고, 이 곡이 들어있는 [Today Is A Beautiful Day]라는 앨범은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 가장 짙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화 같은 느낌을 내는 데에 '별'이라는 소재는 참 효과적이고, 때문에 같은 앨범의 <星が瞬くこんな夜に (Hoshiga Matataku Konna Yoruni / 별이 깜박이는 이런 밤에)>라는 곡 또한 제목처럼 은은한 밤하늘과 같이 반짝반짝하다. 둘 중 고민하다 별이 쏟아지는 광경으론 아무래도 '네가 모르는 이야기'를 뛰어넘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여름날의 밤하늘과 그곳에서 별을 찾던 청춘의 기억이 맺히길 바란다.






7. 幻の命 (환상의 생명)

 SEKAI NO OWARI(세카이노 오와리) [Earth]


 동화 같은 느낌의 밴드라면 빼놓을 수 없는 SEKAI NO OWARI(세카이노 오와리)의 곡, <환상의 생명>이다. 동화같이 발랄하거나 경쾌한 곡이 많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꽤 진지하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 곡 또한 하얀 별, 푸른 은하 같은 가사로 시작하여 제목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끝까지 자아내지만, 결국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담담하지만 슬픔이 온전히 묻어나고, 그럼에도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곡이다. 그런 생명은 마치 하얀 별이 되어 내리는 듯 표현되는데, 그 순간의 영원이 새겨진 밤하늘을 생생히 떠올려보자.






8. 88

 LM.C(엘엠.씨) [88]


 애니메이션 <가정교사 히트맨 REBORN!>의 네 번째 오프닝이었던 곡. 예전에는 이런 곡이 꽤 유행이었나 모르겠다. 비주얼계 락 밴드 LM.C의 펑크한 곡들은 이와 비슷한 느낌들이 많다. 꽤 감성적이고 섬세한 가사들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 <僕らの未來。(우리들의 미래 / Bokurano Mirai)>라는 곡과도 고민했으나, Supercell의 경우와 같이 밤하늘과 별을 그린 곡으로서 <88>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원시원한 창법과 현악 반주는 시원하게 달려가는 별 줄기를 떠오르게 한다. 가장 좋아하는 가사로 '밤하늘에 그려진 별을 잇는 이야기(夜空に描かれた星を繫ぐ物語)'를 꼽고 싶은데, 이 한 구절만으로도 쏟아지는 별의 분위기를 단번에 묘사하는 것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9. Soko Ni Iru (そこにいる)

 Polaris(폴라리스) [Kuukan(空間)]


 앞선 곡들과는 달리 정말 고요한 곡으로, 담담히 하늘에 깔려있는 은하수를 떠올리게 한다. 귓가에 들리는 것은 별이 움직이는 소리와 바람과 나무가 맞닿는 순간 같은 것들 뿐이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싶을 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저 털어놓고 싶을 때 추천한다.






10. Amedama No Uta (飴玉の唄)

 Bump Of Chicken(범프 오브 치킨) [Orbital Period]


 굴러가는 기타 반주가 마치 별들 같은 곡이다. 닿을 수 없는 별의 위치를 떠올리다 보면 그보다도 높은 초월적인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주적인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우리를 돌이켜볼 수 있는 노래이다. 그렇게 보면 별을 품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그것이 우리와 가까이 이어진 듯하면서도 너무나도 큰 광활함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무력감까지도.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웃는 일은 결국 우리의 몫일 것이다.






11. Secret Base -Kimiga Kureta mono(君がくれたもの)- (Album Version)

 Zone(존) [E ~Complete A Side Singles~]


 애니메이션 주제곡으로도 몇 번 편곡이 되었던 ZONE(존)의 <Secret Base ~君がくれたもの(그대가 준 것)~>이다. 사실 이 곡은, 들을수록 굉장히 복합적인 분위기와 복잡한 감정을 심어준다. 마냥 추억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떠나가는 것들을 노래하여 아련한 감정이기도 해서 오히려 노을이 내리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전주부터 이어지는 반주에서 별이 반짝이는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때문에 노을이 다 져버린 순간부터 결국 다 져버리지 못한 남은 기억들을 밤하늘에 올려 수놓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12. Be The Light

 One OK Rock(원오크락) [人生×僕 = (Zinsei Kakete Boku Wa)]


 가장 많은 심정들에 대입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원오크락(ONE OK ROCK)의 <Be The Light>. 제목과 가사 자체로는 '빛'을 이야기할 뿐이지만, 희망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하나의 빛이 아닌 여러 개의 빛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요한 밤하늘이 떠오른다. 어두운 밤하늘을 결국 밝혀주는 것은 곧 별과 달, 그런 것들일 테니.






13. スターライト (Starlight) (Unplugged)

 amazarashi(아마자라시) [あまざらし千分の一夜物語スターライト (Amazarashi Senbunnoichiyamonogatari Starlight)]


 밝고 어둡다는 개념을 양 옆으로 늘어놓았을 때, amazarashi(아마자라시)는 어두운 쪽에 조금 더 치우쳐있는 가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이 보여준 별빛은 어두운 삶을 노래했던 순간이 무력할 만큼, 밝고 강하며 당차다. 해당 앨범에 들어있는 <スターライト (Starlight)>는 쉽게 말하면 어쿠스틱 버전이라, 원래의 버전이 따로 있다. 원래의 버전은 조금 더 전투적인 별빛과 같은 느낌이라서 Unplugged 버전이 조금 더 생생하게 밤하늘을 그려낼 수 있겠다.






14. Let Go (feat. Nujabes)

 Haruka Nakamura(하루카 나카무라/中村春香) [Melodica]


 여기서 유일하게 가사가 없는 음악이다. 앨범 커버의 영향인지 진한 달빛이 먼저 생각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쨍하지 않고 은근한 빛을 내는 밤하늘이 떠올라 선곡하였다. 별이 졸졸 흐르는 듯한 효과를 낸 사운드가 인상 깊다. 아마 8월 무더운 여름날의 밤과 그 하늘은 이런 느낌일 것이다.






15. Hikarinouta (光のうた)

 Mrs. Green Apple(미세스 그린 애플) [Wanted! Wanted!]


 SEKAI NO OWARI(세카이노 오와리)와 비슷한 분위기의 밴드라고 할 수도 있을까. 하지만 Mrs. Green Apple(미세스 그린 애플)만의 독특한 감성, 자연과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역시 그들에게만 존재한다. 다른 노래들에 비하면 조금 무게가 느껴지는 곡이지만, 이들에게서 가끔 그런 곡을 찾는 재미도 있다. 그런 분위기에 보컬의 중심 있는 목소리는 곡을 탄탄하게 받쳐준다. 깔끔하고 선명한 밤하늘을 찾는다면, 바로 이 곡을 들어보자.






16. 紺碧の夜に (검푸른 밤에 / Konpeki No Yoru Ni)

 The Hiatus(더 하이에이터스) [Trash We'd Love]


 쏟아지는 별이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은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너무 어둡거나, 암흑같이 시커먼 하늘이 아니다. 적당히 푸른감과 보랏빛이 맴도는, 검푸른 밤하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을 뚫고 달려가는 별과 그 별이 남긴 그림자마저 빛나는 곳, 별이 가장 아름다운 색을 머금고 내뿜을 수 있는 최적의 밤하늘, 검푸른 밤의 색을 그려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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