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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 park Dec 19. 2020

눈 앞에 일이 너무 커 보인다면?

깨밭에서 깨 털다가 듣게된 띵언

깨 털다가 띵언을 듣다.


부모님과 떨어져 산지 15년 정도 되었다. 

나는 서울에 살고, 부모님은 강원도에 살고 계신다.

시골 생활을 하시면서 주업같은 부업으로 밭을 일구시는데 철마다 다양한 곡식을 심어 자식들에게도 보내주신다.


얼마전 부모님댁을 방문했을 때는 마침 수확해서 바짝 말라있는 들깨를 털어야 하는 시기였다. 휴가를 내고 간거라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밭에 한가득 쌓여있는 들깨를 두 분이서 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손을 거들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 현장...

밭에 도착해 작업해야 할 양을 보니 부모님 두 분과 나, 와이프 이렇게 네 명이 오늘 안에 해치울 수 있는 양인지 의문이 먼저 들었다.

평소에도 잔꾀가 많은 나는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자연스레 깨를 터는 일에도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의 단점은 방법을 찾으면 좋은데, 찾지 못하면 일의 시작도 늦어지고, 방법을 계속 고민하느라 일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 이거 언제 다 끝내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작업속도가 영 시원찮던 내게 엄마가 한 마디 던지셨다.


눈은 게으른데, 손발은 부지런한 법이야.
눈으로 보면 산더미 같은 일도 하다보면 언젠간 끝나.


머리가 띵!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이런게 바로 띵언이구나...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묵묵히 깨를 털었다. 부지런히. 그리고 신속하게.

묵묵히 깨를 털다 고개를 들면 신기하게도 남은 작업량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깨털기를 해지기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처음 들었지만 '눈은 게으른데, 손발은 부지런한 법이야.' 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농사 지을 때 어른들이 많이들 쓰시는 말이라고 한다.

옛 어른들의 표현은 정말 놀랍다!


눈 앞에 커보이는 일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뭔가 얹힌것처럼 속이 답답할 때가 있다.

처음 해보는 큰 프로젝트, 문제가 생겨 복잡하게 꼬여버린 일들, 촉박한 기한으로 갑작스럽게 맡게된 일 등

문제를 잘게 쪼개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는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이제는 깨 밭에서 들은 띵언을 기억하며 눈 앞에 커보이는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잔꾀 부릴 시간에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는게 정답일 때가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 꼭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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