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밭에서 깨 털다가 듣게된 띵언
평소에도 잔꾀가 많은 나는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빨리 끝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스타일인데, 자연스레 깨를 터는 일에도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의 단점은 방법을 찾으면 좋은데, 찾지 못하면 일의 시작도 늦어지고, 방법을 계속 고민하느라 일에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아... 이거 언제 다 끝내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작업속도가 영 시원찮던 내게 엄마가 한 마디 던지셨다.
눈은 게으른데, 손발은 부지런한 법이야.
눈으로 보면 산더미 같은 일도 하다보면 언젠간 끝나.
머리가 띵!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이런게 바로 띵언이구나...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묵묵히 깨를 털었다. 부지런히. 그리고 신속하게.
묵묵히 깨를 털다 고개를 들면 신기하게도 남은 작업량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깨털기를 해지기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처음 들었지만 '눈은 게으른데, 손발은 부지런한 법이야.' 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표현인가 싶어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출처는 모르겠지만 농사 지을 때 어른들이 많이들 쓰시는 말이라고 한다.
옛 어른들의 표현은 정말 놀랍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뭔가 얹힌것처럼 속이 답답할 때가 있다.
처음 해보는 큰 프로젝트, 문제가 생겨 복잡하게 꼬여버린 일들, 촉박한 기한으로 갑작스럽게 맡게된 일 등
문제를 잘게 쪼개 하나씩 해결하면 된다는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이제는 깨 밭에서 들은 띵언을 기억하며 눈 앞에 커보이는 일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잔꾀 부릴 시간에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는게 정답일 때가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 꼭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