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기록문

1. 4.6kg 기다림

by 이프

기다림이 싫었다. 되도록이면 기다리지 않는 삶을 택하며 살려고 한다. 그래야 결핍 그득한 내 삶의 균형이 맞춰진다.

주 5일 근무만 해오다, 최근엔 주 6일을 일하고 있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8시간 30분 동안 나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작은 친구가 하나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면 한쪽 귀만 씰룩거리며 서운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여닫고 나가야 하는 현관문이 유독 무겁다.

오늘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가방을 둘러메는데, 현관 앞에 자신의 이동가방을 두 발로 박박 긁으며 들어가겠다고 애쓰는 녀석이 보였다. 함께 외출할 때면 늘 이동가방에 담아 나가는 터라, 이것은 본인도 데려가라는 이 작은 녀석의 아주 확실한 의사 표현이었다.

단호하게 “안 돼. 아니야.”라는 말을 던지고, 닫힌 이동가방 위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을 등지고 나왔다. 엊저녁에 먹고 잠든 라면 때문인지 몸은 무겁고, 데리고 나오지 못한 나의 작은 친구 때문에 마음엔 큰 돌 하나가 내려앉았다.

아마 이 작은 친구에겐 내가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세상의 전부를 아침마다 떠나보내고, 반나절 동안 그 전부를 기다리면서도 삐지는 일은 없다. 참 지치지도 않고 기다린다. 나는 절대 못 할 것 같다.

작은 기다림조차 서운해하는 49kg의 나라는 존재보다, 매일 반나절씩 자신의 전부를 기다리는 4.6kg의 이 작은 녀석이 나보다 더 크다. 그 작은 체구에 나보다 더 무거운 사랑과 우정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