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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Aug 13. 2023

아들은 레벨업, 엄마는 스테이

부끄러운 엄마와 씬나는 아들

좋으냐?

아들과 같은 영어학원에 다닌다. 

같은 수업에 들어가는 건 아니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학생반과 성인반 모두 갖추고 있어

아이는 학생반, 엄마는 성인반에 다닌다. 

교실도 같은 교실을 쓴다. 


왜 이 나이에... 아들과 같은 교실을 쓰는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었는가, 하면...



아들은 초딩  1학년이 되어서야 영어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안 엄마의 조급함 때문에

두달만에 엄마와 파닉스를 떼다 영어에 학을 떼고, 엄마에게도 학을 떼게 되었다.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도 않고, 엄마 미워를 외치고 쓰는 아이를 보며 

고민이 많았더랬다.


그리고 아이는 1학년 2학기부터 이곳에서 파닉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선생님을 잘 만난 덕분에, 

엄마도 못해주는 응원을 듬뿍 전해주는 선생님 덕분에

아이는 상처를 극복하고... 영어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벌써 2학년 2학기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1년동안 파닉스를 익혔다. 

시간이 좀 짧아 아쉽지만

아들이 엄마랑 하는 것보다 100만배는 좋다고 해서 다니고 있다.


나와의 파닉스 사건(?) 이후 아들은 영어를 쳐다보기도 싫어했다.

나는 대형어학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파닉스를 그돈 주고 배우는게 아까웠고

솔직히... 거기 보낼 돈이 없었다.

석달만 다닐 거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보낼 수 있었겠지만

한번 시작하면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다녀야할텐데

그건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


다른 아이들은 벌써 영어문장을 읽고 쓰기까지 한다는데!!!

(그놈의 다른 애들.... 진짜 너나 잘해라. 엄마)

우리 아들은 영어와 엄마를 쌍으로 묶어 외면하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내가 영어를 배우기로 했다.

아이한테 지랄하지 말고 나라도 배우자, 는 마음으로다가.

아...

웨어아유 프롬? 하우올드 아유?

가장 낮은(이라고 쓰고 기초라고 읽는다) 반에 들어가

재미있게 부담없이 배웠다. 

따로 시험도 없고 예복습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수업시간에는 빠지지 않고(당연하지만)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한학기를 마치고 다음학기 등록을 해야 하는데,

나의 선생님께서는 내게

같은 레벨을 레커멘드 하셨다. 

그렇다... 나는 레벨업을 못했다. 

그런데, 아들은 아주 아주 잘 레벨업을 했다. 

상담 기간에 전화를 하자 담당 선생님께서는 "00이 잘했어요. 사실, 지난번에 이번 파닉스 단계 올때 레벨을 올릴까 말까 고민이 많았는데, OO선생님이 00이 잘 할거라고 올라간건데 너무 잘했어요"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 선생님은 알고 계실까?

아들한테 영어 가르친다고 애 잡을 뻔한 엄마는.... 레벨업 못하고

엄마한테 혼나던 아들이는 레벨업 했다는 걸....


물론 레벨이 다는 아니다.

하지만, 레벨의 변화는 학습 수준 뿐 아니라 성실함, 노력 등 여러가지가 담겨 있지 않은가.

....


처음 하루 이틀은 정말 기분이 나빴다. 

화도 났다. 

아니 대체 내가 뭐가 어디가 어떻다는거야. 

기초반에서 이정도면 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쓰면서도 부끄럽다)


그러다 정신이 들었다. 내가 레벨업하려고 영어를 배우는 건 아니지. 

영어를 배우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데. 

그리고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자신의 레벨업에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스테이... 라는 소식을 듣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

너무 창피하고 민망했지만 기뻐하는 아들을 보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정말 다행인 건,

내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아주 오래전에 느꼈던 학업에서 느꼈던 수치심... 과 닮은 그 감정이

마흔이 넘은 내게 "까꿍" 하며 나타났을 때

바로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아들아,

(엄마도 못하는 영어 나보다 서른세살이나 어린 너한테 못한다고 지랄해서)미안하다. 

그리고 축하해! 선생님이 너 칭찬하는데 나 눈물 날뻔했다.

선생님이 엄마보다 다정하시더구나.... 그래서 학원 보내나부다. 


아들,

우리 열심히 배워보자. 아이라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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