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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Mar 01. 2024

결혼생활 10년, 심장에 문제가 생겼단다

결혼이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니가 문제인가

만날 고민했더랬다. 

결혼이 문제인가. 

내가 문제인가.

남편이 문제인가.


결론은 내 심장이 문제인걸로 났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 

뜬금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눈물이 난다. 

정작 큰 일에는 눈물없이 나아갔으면 좋으련만. 


누구 탓을 해봐야 소용없다. 

다만, 10년 동안 원망한 시어머니,

돈을 갚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입을 씻은 시댁의 분(누구라고 밝힐수는 없다.)

그들을 원망하고 원망하며... 스스로를 병들게 한 나 자신과

그리고 한번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남편에게는 아쉬움과 서운함, 그리고 미안함이 있다. 


외래를 보고

예약시간이 분명 있었건만 2시간을 기다려서야 의사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전공의(?) 혹은 전문의(?) 선생님은 시술할 선생님과 외래를 잡으라고 하셨고, 

그 분을 만나기 전에 나는 다시 한번 응급실에 가야했다. 

...

이번에는 아침 시간이었다. 

남편과 아이들 밥을 주고

화장실을 오가며 양치질을 하다 갑자기 .... 심장이 뛰었다. 

왔구나. 바로 알 수 있었다.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출근길. 남편은 나를 응급실에 데려가줬다. 

아데노신 한방에 진정된 심장. 


그리고 응급실에서는 최#근 선생님과 외래를 잡으라고 최대한 빨리 시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너무 바쁘셨다. 

찾아보니 서울대 순환기내과 슈퍼스타셨다. 

...

응급실에서 나와 순환기내과로 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최#근 선생님 외래를 잡아달라고 하자

"안됩니다. 대신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선생님을 해드릴게요. 권#일 교수님은 담주 금요일 가능한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응급실 원무과와 순환기내과를 왔다갔다하며

결국 권#일 선생님 외래를 잡았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부디 아무일 없기를. 


다행히 무사히 권#일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내 상태를 듣더니 당황하며 "제가 이직을 합니다. 3월에. 그래서 시술을 잡을 수가 없어요."

그래도 선생님은 시술 과정과 부작용, 최악의 상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1000명 중 1~2명은 심장에 빵꾸가 난다고 했다. 그 말 밖에 안 들렸고,

그냥 약으로 어떻게 안될까 여쭸지만, 이건 약으로 안된다고 시술해야 한다고 하셨다.


응급실에서 빨리 시술해야하니까 시술한 선생님 외래 잡으라고 것을... 

당장 3월 이직할 선생님 외래를 잡아준 것이었지만, 선생님은 제법 친절하셨다.

 

외래를 마치고

일주일 전, 외래를 잡아준 간호사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다. 

그때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직할 선생님을 잡아주시면 어떻게 하냐고.

.....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환자들을 보는 의료진들에게는 모두 같거나 비슷비슷할테지만

각자각자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이곳에 오는 것인데, 그 양반들이 이해가 가면서도 야속했다. 


하지만.

덕분에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최#근 선생님 외래를 잡을 수 있었다. 


명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 전, 다시 한번 응급실에 갔다. 

자려고 누웠는데 ... 시작되었다.

11시가 가까워졌는데 애들은 아직 잠들지 않았고,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도 심박수는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새벽에 다시 응급실로 갔다. 

아데노신에 진정된 심장. 


4번째 응급실에 갔을때는 처음 본 응급의학과 선생님이셨다. 

그 분은 아주 진지하고 길게 설명해주셨다.

빈도가 잦다. 가능하면 빨리 시술받는 것이 좋겠다. 

권#일 선생님을 따라가든

여기서 기다리건 환자 선택이지만, 

나 같으면 빨리 받겠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제가 원래 이렇게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설명이 필요하고, 

선택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정은 환자분이 해야 하지만, 최대한 빨리 시술해야 합니다."


똘똘이 스머프를 닯은 의사선생님, 응급실에 이렇게 차분하고 길게 요모조모로 설명해준 선생님은 처음이었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을까. 


한번 더 응급실에 간 이후에야 명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입원날짜를 말할 수 없다, 가 결론이었다. 

의료진들의 공백으로 입원 날짜를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는 한시가 급한데 입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빠른 심박수를 견디면 심장에 무리가 가 혈전이 생길 수 있다,

그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등등

무시무시한 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심장수술로 유명하다는 아산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 그리고 나를 정말로 소중히 하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없애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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