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 ‘발리 제비여행’

한겨레 신문_전지적 기후변화시점 기후여행(7)

by 제비여행

지난 3월, 연희동에 찾아와 제비여행에 참여하시고 5시간의 긴 인터뷰를 통해 담아주신, '발리 제비여행'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 ‘발리 제비여행’…‘변화의 믿음’ 얻는 즐거움까지"



20250413502266.jpg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준비해 간 장바구니에 과일을 사서 담은 모습. 무포장으로 진열돼 있는 과일을 사서 장바구니로 담아오면 '제로 웨이스트' 과일 장보기가 가능하다.


졸졸졸 시냇물 소리와 찌르르 새소리가 화음을 이룬다. 원숭이들이 나무타기를 하며 휙휙 지나간다. 숲속을 걷던 시원은 들고 있는 빵에 눈독을 들이며 다가오는 원숭이 한 마리를 보곤 빵을 얼른 가방에 담았다. 관광객의 휴대전화며 선글라스 등 소지품을 낚아채는 일이 있다고 들어서다.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에 있는 이곳 원숭이숲(멍키포리스트)은 원숭이 수백 마리가 서식하는 자연보호구역이다. 원숭이들과 어울릴 순 있지만, 적절히 거리를 둬야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비건 지향’이 된 뒤로 동물을 가둬두는 동물원에 가지 않는 시원에겐 동물과 어울리기에 최적의 장소랄까.



‘제로 웨이스트 가방’ 챙기고, 대중교통 이용하고


시원은 2022년 6월 3주간 혼자 발리에 머물렀다. 국외에서도 과연 ‘제비여행’이 가능할까, 한번 시도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제비여행은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채식주의), ‘공정여행’을 합친 말로, 지구와 여행지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며 여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비여행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 가방’으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한다, 채식 위주의 비건 지향 식사를 한다. 제로 웨이스트 가방에는 텀블러, 접이식 다회용기, 장바구니, 스테인리스 다회용 빨대 등을 담았다. 발리는 요가와 채식의 천국인데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정책을 도입해 제비여행 목적지로 적격이었다.

20250413502232.jpg 2022년 6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발리에 있을 때 시원은, 아침에 일어나 시장에서 망고와 용과를 사 들고 와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요가를 한 뒤엔 산책길 노점에서 갈아주는 망고주스를 사 먹었다. 여행자들이 으레 하는 일을 하면서도, 시원은 장바구니와 텀블러 등을 활용해 쓰레기 배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인프라’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던 발리는 2018년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플라스틱 빨대 등 세 가지 제품의 사용을 금지했다. 여행 블로그에서도 “발리에 갈 땐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챙기라”는 조언을 쉽게 볼 수 있다. 발리에선 일회용품을 안 쓰는 게 자연스럽다. 또 우붓처럼, 요가 수련자가 많은 동네는 비건 식당이 ‘한 집 건너 한 집’꼴이다(시원의 “체감상”). 한국에선 미리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고, 일행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우붓은 달랐다.


20250413502234.jpg 2022년 6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원이 머물렀던 홈스테이

미션 하나씩 완수하는 재미있는 게임처럼


이렇게 ‘제도화된 제로 웨이스트’는 단순한 규범을 넘어 능동적으로 향유하는 문화가 된다. 예컨대 폐낙하산을 원단으로 삼아 만드는 현지 기업 ‘티켓투더문’의 가방이나, 폐타이어로 만드는 ‘인도솔’의 슬리퍼 등은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많은 발리의 ‘잇템’으로 꼽힌다. ‘힙한’ 물건을 사면서 친환경 실천도 하는 셈이다. 시원은 2018년 발리의 친환경 정책을 끌어낸 청소년 단체 ‘바이바이플라스틱백’(BBPB)과 그 모태가 된 사립학교 ‘그린스쿨’을 일부러 찾아가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와 환경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어엿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시원은 또 발리에서 숙소를 정할 땐 호텔이 아닌 현지인이 운영하는 홈스테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녔다. 현지인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게 한다는 공정여행의 정신에 맞도록. 서핑, 래프팅, 쿠킹클래스 등도 현지 사람들이 제공하고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르고 골랐다. 이런 일들이, 시원에겐 마치 미션을 하나씩 완수해가는 재미있는 게임처럼 여겨졌다.


20250413502242.jpg 2018년 발리의 친환경 정책을 이끌어낸 청소년 단체 ‘바이바이플라스틱백’(BBPB)의 모태가 된 사립학교 ‘그린스쿨’에서 2022년 6월 여행자들이 안내를 받고 있는 모습.


다만 세 가지 원칙을 모두 지킬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수돗물이 깨끗하지 않아,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야 할 때도 있었고,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아, 짐을 들고 이동할 땐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인프라가 중요하구나’ 새삼 느꼈다.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제도와 문화로 정착한 것처럼, 깨끗한 수돗물과 대중교통 확대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면 장차 그게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횟수는 줄이되 기간은 늘리는 비행기 여행


사실 국외 여행의 근본적 문제는 항공 교통이다. 이용이 불가피하지만, 비행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압도적이다. 그래서 시원은 한번 비행기를 타면 며칠간의 짧은 여행보다 최소 일주일 이상 장기 여행을 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횟수는 줄이되 기간을 늘리는 식이다. 그만큼 여행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지구와 여행지를 존중하겠단 마음이다. 더불어 여행지에서 만나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로부터 즐거움과 희망도 찾는다. 막막한 기후위기 시대 ‘나 하나 텀블러 쓰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생기는 회의가, 그들을 만나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바뀐다. 그 믿음과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 삼아, 시원은 더 많은 사람을 제비여행으로 초대하는 여행 기획자로 살아간다.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용기 있는 시도가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을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생각해요. 하나의 실천이지만 여럿의 실천이 되면 마을이 변하고 사람도 함께 변하는 것처럼, 희망의 사례를 계속 보여주고 싶어요.”




20250413502264.jpg 지난해 12월 이시원씨(맨 왼쪽)가 연희동 제비여행 안내를 하던 중, 비건 화장품 매장 ‘베이지크’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산책하듯 연희동 한바퀴 ‘제비여행’ 어때요?


제비여행이 뭔지 아직 감이 안 오신다고요? 그렇다면 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공들여 만든 ‘로컬 투어’ 프로그램을 먼저 ‘맛보기’로 경험해보세요! 연희동 제비여행은 마트, 식당, 서점 등 연희동에 있는 상점 50여곳 중 일부를 3~4시간 동안 함께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가이드가 되어, 제로웨이스트와 비건 체험을 도와드립니다. 단, 텀블러, 다회용기 등 준비물이 필요하겠죠?


출발점은 연희동 사람들에게 랜드마크로 여겨지는 ‘사러가 쇼핑센터’예요. 1965년 당시로선 흔치 않던 근현대식 쇼핑센터로 세워진 이곳은 다른 곳에 견줘 친환경 채소와 과일, 비건 식재료 등이 많아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가져오신 장바구니를 활용해 싱싱한 감자, 당근 등을 ‘무포장’으로 구매해 보세요. 뜨개질 물품을 사고 교제할 수 있는 공간인 ‘바늘이야기’, 비건 인증을 받은 화장품 가게 ‘베이지크’, 편지지를 파는 ‘글월’ 등도 돌아볼게요.


출출해지면 ‘엄마식탁’에 가서 식사를 해요. 비건 메뉴가 따로 있는 음식점이에요. 버섯, 무 등을 우린 국물(채수)로 만든 얼큰국밥을 비롯해 비빔밥, 카레덮밥 등 맛난 비건 음식들이 많아요. 날치알쌈, 소고기국수 등 비건이 아닌 분들을 위한 메뉴도 있어요. 식사 뒤엔 후식이 필요하겠죠. 일회용품 없이 운영하는 카페인 ‘보틀팩토리’에서 준비해 간 텀블러를 ‘야무지게’ 써보겠습니다. 또 이곳에선 수향미, 병아리콩 등 곡물과 채소칩 간식 등을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무포장으로 판매하기도 해요.


참가비는 1명당 3만원, ‘제비의 여행’ 인스타그램(@ze.ve_trip)으로 신청해주세요. 제비여행 기획은 2021년 시작됐어요. 공정여행 플랫폼 ‘이매진피스’와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런 고민들이 이어져 최근엔 ‘기후여행자’(임영신 이매진피스 공동대표)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제비여행은 연희동에만 한정돼 있지 않답니다. 2022년엔 ‘제비의 여행, 망원동’도 기획했었고요. 올해엔 충남 홍성과 광주광역시, 전북 전주 등으로도 확장할 계획이에요.

한 사람의 여행자는 하루 평균 3.5㎏의 쓰레기를 배출하고 1.5t의 물을 사용하며, 관광 산업은 전 지구 탄소 배출량의 9%를 차지한다고 해요. 이러다 여행조차 꿈꿀 수 없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발리에서, 연희동에서 그러하듯, 뜻있는 사람들부터 조금씩 힘을 보태면서 지구에 무해하면서도 즐거운 여행 방식을 만들어가보면 어떨까요.


*이 기사는 기자가 연희동 제비여행을 체험하고 여행 기획자 이시원씨를 인터뷰한 뒤, 이씨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기사 링크>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92192.html


<기후여행자> 책 링크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64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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