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붓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카페 마감조를 맡은 나는, 혼자 카페를 정리하고 청소로 일을 마무리한다.
일을 시작한 첫날은 매니저님과 같이 마감을 했지만, 둘째 날부터는 혼자 마감을 했다.
마감 1시간 전.
손님이 다 빠져나간 홀을 바라보며 천천히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원두 그라인더 근처로 가 주변의 원두가루를 털었다.
뒤에 청소용 붓이 있었고 그걸로 꼼꼼히 털어내었다.
문득 붓을 들고 있는 나를 보았다.
이제껏 그림을 위한 붓만 잡다가, 원두 청소용 붓을 잡다니.
그림 그리듯 잡고 꼼꼼히 원두를 털어내고 있다니.
그림용 붓과 생긴 것도 똑같아서 피식 웃음이 났다.
기분이 묘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마음은 무겁지 않았다.
어떤 용도의 붓을 들고 있든 간에 그냥 현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전의 붓의 무게보다는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하얀 캔버스 위에 멋진 그림을 완성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과 망치면 안 될 것만 같은 두려움.
부담스럽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지금은 이 붓의 무게가 편하다.
그런데 왜 마음 한편에서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참 의문이다.
*그림에 적은 글은 즉흥적으로 적었기에, 브런치에 다시 정리해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