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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디 라이프 Nov 17. 2023

슬로우 SPA 브랜드

대형 플랫폼을 나온 작은 브랜드의 홀로서기

   한국 패션 시장에는 도메스틱과 SPA라는 단어로 분류되는 패션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도메스틱이란 ‘국내의'라는 뜻을 지닌 영어 형용사로 모든 국내 브랜드를 도메스틱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현재 무신사 등의 플랫폼 베이스의 국내 브랜드들이 이 범주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한데요. 이러한 브랜드들이 태동하던 시기에 마땅히 이를 분류할 단어가 없어 붙여진 도메스틱 브랜드란 단어가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렇게 분류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SPA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rael의 앞 글자를 딴 명칭으로 쉽게 말하자면 ‘자체 개발 의류를 판매하는 소매점'이라는 뜻입니다. 1986년 GAP이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하며 처음 선보인 사업모델이라고 하는데 영미권에서는 SPA라는 약어보다는 패스트패션 (Fast Fashion)이라는 말이 더욱 대중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초기 SPA 브랜드들이 시장을 개척할 때 SPA 단어로 마케팅과 브랜드 홍보를 하며 대중에게 각인된 게 아닌가라는 설이 있다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 모든 SPA 브랜드들이 Fast Fashion을 표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SPA라는 단어가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스테디 에브리웨어 (Steady Every Wear) 브랜드는 2019년 국내 대형 패션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 도메스틱 브랜드 시장에서 시작하여 2023년 11월 3일까지 운영을 하였습니다. 현재는 마지막으로 입점되어 있던 29cm를 퇴점하여 홀로서기를 시작한 시점입니다. 제가 도메스틱과 SPA단어에 대한 정의를 다시 정리한 이유는 저희의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다시 한번 정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테디 에브리웨어는 지속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그에 맞는 제품들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속성이라는 것이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띌 수 있겠지만 스테디 에브리웨어가 추구하는 의류의 지속성은 기본에 충실한 만듦새와 간결함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한 옷들이 우리의 편안한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상 시즌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플랫폼들의 운영 방침과 조금은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시시각각 변하지 않듯 반복되는 단조로움이 존재하는데 매일같이 새로움을 강요받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저희만의 속도로 가기 위해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스테디 에브리웨어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으냐 물으신다면, 저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 법인 명이 Steady Life Company이고 유튜브 채널 명도 Steady Life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 카테고리 명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 저는 저희 브랜드를 Slow SPA 브랜드라고 부를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천천히 저희만의 속도로 제품을 자체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경영학을 전공하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SPA 브랜드와 마켓에 대해 조사하여 졸업 논문을 작성했을 정도로 SPA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공부하다 보니 이러한 구조가 유지될 수만 있다면 저와 같은 소비자에겐 더 큰 효익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소비자로서 그리고 생산자로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여전히 이러한 SPA 방식의 사업 구조가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구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부터는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슬로우 SPA 브랜드 스테디 에브리웨어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유통망을 단일화하고 저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제품들을 다시 재정비하여 더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드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물론 사실은 큰 자본이 없어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는 뒤 사정도 있습니다. 저희와 같이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에 맞는 속도가 있는 것이겠죠. 조금은 느릴 수 있지만 천천히 저희와 보폭을 맞춰 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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