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냥 내가(한국이) 미웠던 걸지도..?
일본에는 특히나 꼰대가 많다!
아마도 일본이 미국을 사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던 영광의 시대, 경제호황기를 고스란히 경험해 온 쇼와시대의 중년이라면 꼰대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나의 전 직장은 일본에선 내로라하는 대기업이었고, 경제호황을 누리던 일본의 영광의 시대에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큰 규모와 매출, 이익을 자랑하던 회사였는데, 내가 입사 6년 차쯤 되었던 때에 조직의 개편과 부서이동으로 새롭게 만나게 된 상사가 꼭 그런 사람(꼰대)이었다.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일본은 탈아입구(脱亜入欧), 화혼양재(和魂洋才) 정신으로 한국이나 중국보다도 빨리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뤘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 대국이 되었고 비록 경제가 한 번 무너지고 잃어버린 30년 등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일본인의 근성과 오랜 기술력,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현재의 일본이 다시 부흥을 위한 도약 중이며… 등등의 일본제일주의에 푹 빠진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튼 그런 상사를 만나 거의 매일 점심을 같이하며 꽤나 힘든 1년 반을 보냈다.(그 팀은 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날이 많았다)
일본 꼰대들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일본은 빠른 근대화와 산업화를 통해 실제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배경엔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의 번영, 수출의 증가 등 그럴만한 이유들이 명확하게 존재했다.
그와의 대화가 피곤했던 이유는 동의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나 근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주장보다는 어떻게든 상대를 (때로는 상대방의 나라를?) 깎아내리려 하는 그의 의도가 불편했던 때문이었다.
(그 상대가 항상 나였기에 불편했고 심심치 않게 혐한 발언을 뱉어내는 그의 이기적이고 불손한 태도가 매우 싫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본 적도, 한국인과 같은 조직에서 일을 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한국인은커녕 한국이라는 나라에 무지해도 너무 무지했다.
김치가 일본의 음식이라고 주장하며 한글은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식의 무지함을 굉장히 강한 어조로 주장하는가 하면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시작은 일본의 제이팝과 영화산업, 만화산업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발전했으며, 따라서 마땅히 한국은 일본에 대해 적대감보다는 존경과 감사를 보내야 마땅하지 않겠냐는 식이었다.
이러한 주장을 이어가다 이따금씩은 위안부에 관련하여 듣기 거북할 정도로 엉뚱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독도도 빠질 수 없는 그의 이야기 재료였고, 한국과 일본이 스포츠 경기라도 하는 날엔 혹시라도 일본이 지기라도 하면 수치심에 할복이라도 할 것 마냥 거품을 물기도 했다.
(그와의 일 년 반은 탈출하고 싶은 매일의 연속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나의 인내력을 향상시켜 인격적으로 성숙한 태도를 만들어 준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를 바로 알고 똑바로 공부할 필요를 느낀 자기 성찰의 시기이기도 했다.)
그와 한 팀이었던 당시 나는 브랜드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일은 뭐 힘들어도 하겠는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줄곧 부서이동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곤 했다.
그는 내가 왜 그렇게 미웠을까? 지금도 그 답은 모르겠다.
어차피 팀에서 나온 후엔 이렇다 할 접점도 없었고 지금은 이미 그 회사를 그만뒀기에 더 이상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에 살면서 문뜩문뜩, 그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꼰대가 많아서 일본이 30년을 잃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일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을 피부로도 꽤나 느낄 만큼 일본의 사회, 경제는 침체되어 있는데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젖어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 최고다, 뒤처지지 않는다, 메이드 인 재팬이 세계를 주도한다는 발전 없는 말만 늘어놓는 꼰대들이 자꾸 눈에 밟혀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나는 또 어떤 꼰대로 보여지고 있을까…?
그것 역시 걱정이 많다.
언제쯤 탈일본을 하여 고국으로 돌아가려나.
어쩌면 지금의 환경에 안주하고 안심하고 있는 내가 최강 꼰대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브런치, 끝.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가치관에 의해 쓰여진 글입니다. 불편함이 있는 글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냥 어떤 개인의 일기와 다를 바 없는 글이니 불편함이 있으셨더라도 그냥 읽고 흘려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