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쉽게 답해버리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제나 빠른 쪽을 택해왔다.
멈추는 일보다 정리하는 일이,
곱씹는 일보다 결론을 내리는 일이
더 성숙해 보였기 때문이다.
조금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미완처럼 보였고,
확실하지 않다는 말은
능력 부족으로 오해받기 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머뭇거림을 지우는 법부터 배웠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사람은 환영받았다.
반면 망설이는 태도는
우유부단함으로 분류되었다.
그 사이에서
생각이 머무를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아이들을 만나며 종종 느낀다.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읽다가 멈추지 못하고
쓰다가 고치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속도는 있지만 여백은 없다.
이해보다 요약이 앞서고
해석보다 판단이 앞선다.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사람을 만나도,
상황을 대할 때도
우리는 너무 빨리 의미를 확정한다.
그 과정에서
의외성과 낯섦은 사라지고
익숙한 설명만 남는다.
생각이 깊어지지 않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머무르지 않으면
사유는 자라지 않는다.
이 글은
완성된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조금 더 오래 견뎌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확신보다 유예를,
정답보다 과정을,
속도보다 밀도를 선택하는 연습.
그 연습이
어른의 삶에서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우리는 생각이 부족해서
쉽게 답해버리는 걸까?
아니면
생각을 붙잡아 둘 용기를
잃어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