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돈 사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다
이 섬에서의 삶 2년 차, 누군가 나에게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요즘 지독한 굴레에 다시 갇혔다고 답하곤 한다. 낯선 섬마을 풍경에 설레던 마음도 잠시, 나는 이곳에서 과거 인액터스 시절 나를 괴롭혔던 지독한 고민들과 다시 마주했다.
이전에 나는 인액터스(Enactus)에서 비즈니스모델 교육을 받고 프로젝트 리더로 활동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이 모델이 끝난 뒤에도 대상자가 스스로 이끌 수 있는 구조인가?", "수익 구조가 명확한가?" 같은 질문들이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은 비즈니스 모델의 빈칸을 채우는 것보다 훨씬 차갑고 복잡했다.
이 섬에 들어오고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사업에 필요한 조직체를 구성하기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를 모았고 최종적으론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기획자인 내 관점에서 이러한 방식은 예전의 마을 문화처럼, 하나의 목적을 위해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 문화라고 생각했기에 충분히 쉽고 빠르게 진행될 절차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며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뜨거운 연대를 꿈꿨던 것이다. 하지만 고령화된 인구, 1차 산업 위주의 이 섬 커뮤니티에서 마주한 주민들의 질문은 내 예상보다 훨씬 서늘했다.
그래서 우리가 당장 얼마를 벌 수 있는데?
누군가는 우리가 가져온 사업에 대해 희망을 갖고 참여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은 당장 내 손에 쥐어질 이익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처음에는 그 질문에 속상해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분들에게 '당장의 이익'은 탐욕이 아니라 이분들이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정직한 생존의 언어였다는 것을. 지역 특색이 반영된 커뮤니티에서 우리 사업의 적절성을 더 깊게 고민했어야 했다.
그분들의 이 '철저한 개인적인 욕구'를 어떻게 사업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사실 "이미 본인의 생업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는 분들에게 외부 기획자가 설계한 모델을 제안하는 형태가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까?"
돌이켜보면 인액터스 활동 당시에도 나는 늘 이 지점에서 머뭇거렸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명분 아래, 대상자를 억지로 생산자나 창업자의 역할로 한정 지으려 했던 것은 나의 치명적인 오해였다. 그때의 어렴풋한 의구심은 이곳 현장에서 주민들의 서늘한 질문을 마주하며 비로소 확신으로 변했다.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기존 생활을 포기한 채 우리가 제안한 낚시 방법을 따라오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억지로 그들을 생산자로 만드는 대신, 그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결핍을 해결해주는 능동적 고객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대기업의 거대한 인프라를 섬의 일상으로 끌어오는 새로운 이동형 유통 모델을 설계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없어도 대기업의 물류 루틴과 마을의 협의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양 가능한 설계를 만들 수 있을지 그것이 내가 찾아야 할,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대강의 조직체는 구성되었지만 설립 및 실행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다. 섬이라는 폐쇄성 때문에 굳이 내가 나서서 하겠다고 등장하는 분들이 없어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은 무한한 노력이 사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그들의 삶 속에 완전히 들어가 그들의 두려움과 생존 방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결코 열리지 않은 문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았다.
현실은 생각보다 팍팍하고 여전히 어려운 소통의 연속이지만 희망과 돈 사이의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조율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땅에 발을 붙인 커뮤니티 전문가로서의 첫걸음을 떼고 있다.
속해있기에 생기는 속에 있는 이야기 두번째..